<옥탑방 왕세자>, 로맨스와 웃음 이면의 키워드
, 로맨스와 웃음 이면의 키워드" /> 7화 SBS 밤 9시 55분
인물들은 출생의 비밀로 얽혀있고, 여자 주인공은 재벌에 의해 구원받기를 기다린다. 요약하자면 는 진부한 설정 위에 타임 슬립이라는 양념을 첨가한 영악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재벌 도련님이 된 이각(박유천)이 박하(한지민)의 집에 얹혀살다시피 하면서 물질이 아닌 기억으로 그녀를 충만하게 해주는 이 드라마의 전개는 보는 이의 허를 찌른다. 휴가지의 환상으로 박하의 몸을 붙든 이각은 그녀의 추억을 공유함으로써 마음까지 끌어안는다. 그리고 박하의 기억이 드러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이각의 의문 역시 조금씩 안개를 걷어냄으로써 두 사람은 일방적인 치유가 아닌 공동의 개안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멜로에 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사랑을 고집하거나 운명을 감지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짝으로 보이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는 출생의 비밀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이것을 도구적 차원에서 낭비하지 않는다. 우용술(정석원)이 왕인 이각에게 “부모 잘 만나서”라며 불만을 토로했던 6화의 장면은 이 드라마가 계급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타임 슬립이라는 설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7화에서 유독 두드러진 출생의 퍼즐은 단지 반복되는 운명의 구조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생에서 선택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신분 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온 왕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의 계급 역시 공고하게 나뉘어 있으며 태무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는 특히나 과거의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운명의 항로를 바꾸려 하는 세나(정유미), 태무(이태성)의 선택이나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이각의 수하인 세 남자의 상태는 출신에 대한 체념적인 결론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드라마는 중반에도 채 도달하지 않았다. 웃음과 로맨스의 완성도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는 해답을 기대할 여지는 충분하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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