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초한지>, 드라마의 평가는 지금부터다
, 드라마의 평가는 지금부터다" /> 15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진시황(이덕화)의 시대는 끝났다. 이것은 상징적인 죽음이기도 하다. 진시황은 냉혹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한국 재벌기업가의 전형적 인물이었으며, 신약으로 상징되는 무한생명연장의 꿈은 세습을 통한 한국 재벌들의 소망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는 인천공장 구조조정 에피소드를 통해 진시황의 신자유주의식 재벌경영의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었고, 그렇기에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향후 어떤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진시황의 죽음으로 혼돈에 빠진 차기 후계자 구도는 여치(정려원)와 항우(정겨운) 그리고 조작된 유서를 손에 쥔 모가비(김서형)의 싸움으로 정리된다. 범증(이기영)의 말대로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후계자 대립구도에서 드라마가 여치의 편에 서고 있다는 점이다. 모가비는 여치의 경영권을 가로챈 악녀이며, 여치는 진시황의 죽음과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임원과 주주들에게 “새파란 여자애”라고 무시당하는 위기의 상속녀다. 유방(이범수)도 팽성실업의 숨은 투자자였던 진시황과 여치를 돕는다. 문제는 항우와 모가비와 여치 그 누구도 진시황의 시대와 결별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가비는 진시황의 여성 버전이며, 항우는 뉴욕 월가에서 진시황보다 더한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익힌 인물이다. 하지만 여치 역시 경영자의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후계권이 정당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시황 시대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중요해진다. 그동안 보여줬던 기업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 의식이 어느 정도 성찰의 결과였는지가 이 후계정국에서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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