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현대 사극의 모범답안이 될까
, 현대 사극의 모범답안이 될까" /> 46회 월-화 SBS 밤 9시 50분
가 극의 후반부를 달리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선이냐 악이냐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 없는 인물들의 존재다. 모든 악의 근원인 조필연(정보석)과 선하기 그지없는 강모(이범수)네 식구들 간의 대립은 메인 서사를 가능케 하는 엔진과 같은 존재니 선악의 구도가 명확할수록 좋다. 그러나 주변부 인물들은 단순한 선악구도가 아니라 저마다의 욕망을 원동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60부작이라는 긴 호흡 동안 다층적인 인물로 그려질 수 있는 여지를 얻는다. 아버지를 꼭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미워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민우(주상욱)의 미주(황정음)를 향한 삐뚤어진 애정이 밉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황태섭(이덕화)에게 버림받은 후 극의 주변부로 밀려났던 오남숙(문희경)이 죽는 순간까지 정식에게 “정연(박진희)이보다 더 행복하게, 무시당하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가는 이유도 이들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이해할 여지가 남아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사 내내 조필연과 대립해 온 라이벌 민홍기(이기영)의 존재가 흥미로운 것 역시 그가 선한 인물이 아니라 중앙정보부 출신의 전형적인 권력지향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대적 정의나 선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 직선제 개헌에 찬성하고, 결론적으로는 선의 승리에 기여한다. 앞에서 성실하게 쌓아 올린 캐릭터들의 도덕적 모호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이 영리한 드라마는 점점 현대 사극의 모범답안이 되고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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