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구차해지지 않으려면
, 구차해지지 않으려면" /> 40회 월-화 SBS 밤 9시 50분
의 가장 큰 쾌감은 선한 사람들이 지략과 의지로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는 재미다. 하지만 자꾸 우연의 힘에 의존한 진행이 반복되면서 점차 서사가 긴장을 잃고 나른해졌다. 중풍에 걸린 황태섭(이덕화)은 주주총회에서 기적적으로 말문을 열었고, 미주(황정음)는 공교롭게도 경옥(김서형)의 클럽에 취직했다. 아무리 질긴 인연으로 얽힌 인물들이라지만 드라마가 30회를 넘긴 지점까지 ‘기적적으로’, ‘공교롭게도’ 같은 어휘를 동원해야 하는 건 구차한 일이다.
늘어지던 서사는 40회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는 프랑스 보일러 회사 인수를 둘러 싼 강모(이범수)와 민우(주상욱) 간의 두뇌싸움을 그린 40화에서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을 설계했다. 소태(이문식)가 회사 돈을 빼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영락없이 소태가 배신을 할 것처럼 극을 전개하다가, 후반 20분 민우의 음모를 역이용하는 강모의 지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까지 속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욕심이 커 보이던 부철(김성오)이 왜 정연(박진희)의 재산 3억을 빼먹는 것쯤으로 만족하려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적어도 우연의 힘을 빌리지 않고 플롯의 힘으로 강모의 승리를 그려낸 것은 큰 수확이다. 관건은 이 수확을 어떤 식으로 소비하느냐다. 제작진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반전의 쾌감이 아니라 우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승리다. 강모가 더 이상 머슴살이 하던 강모가 아닌 것처럼, 도 이제 우연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컸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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