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1박 2일’다운 것
가장 ‘1박 2일’다운 것
‘1박 2일’ 일 KBS2 오후 5시 20분
김C가 자의로 하차했을 때와 MC몽이 불미스러운 혐의로 잠정 퇴출된 지금은 다르다. 그를 김C 처럼 애틋하게 추억할 수도 없고, 멤버들이 그의 빈 자리를 의식하는 티를 너무 내서도 안 된다. KBS ‘1박 2일’ 제작진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의 최우선 과제는 남아있는 다섯 명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청자들에게 ‘1박 2일’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박 2일’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무대가 되는 공간을 대폭 축소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줄 아는 것에 집중하며 쇼의 기초를 다시 다진 것이다. 어제 방영분에서 ‘1박 2일’은 당일치기 일정에 맞춰 여행의 공간을 서울 종로로 제한하고, 각 멤버들에게 개별 미션을 줘서 화면을 분산시켰다. 멤버들을 따로 떨어뜨리는 것은 이미 지리산 둘레길 때 시도했던 형식이라 낯설지 않았고, 다섯 명이 한 화면에 있을 때는 확연해 보이던 MC몽의 빈 자리도 멤버들을 따로 떨어뜨리며 자연스레 극복됐다. 서울이라는 익숙한 공간 안에서 새삼스러운 매력을 찾아야 하는 미션은 익숙함 속에서 건재함을 과시해야 하는 ‘1박 2일’ 팀의 현실과도 묘하게 조응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개별 미션을 완수하고 제한시간 내에 약속장소로 달려가는 모습 역시 가장 ‘1박 2일’다운 마무리였다. 조급하게 새 멤버를 들이거나 거대한 이벤트로 공백을 메우는 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할 것. ‘1박 2일’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정석적인 대응을 보여주었다. 과연 뚝심의 예능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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