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평생대학 >, 3일 속성 교양습득반
, 3일 속성 교양습득반" />< TV 평생대학 > 월-화-수 EBS 밤 12시 20분
올해 초 신설된 EBS < TV 평생대학 >은 동양고전에서 현대건축, 우주천문에 이르는 다양한 교양지식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로 만나보는 프로그램이다. 하나의 주제를 3일 동안 차분하게 다루는 이 기획은 시청자들로부터 잔잔한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궤적을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되짚어 보는 음악평론가 강헌의 ‘해방 후 대중음악과 한국사회’ 마지막 편은 80년대 오빠부대의 등장에서 오늘날의 음악 한류까지를 다뤘다. 강헌은 80년대 경제의 발전으로 10대들이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떠올랐음을 지적했다. 서태지의 등장, 한류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90년대 말, 현지화 전략을 충실히 따르며 일본 시장을 개척한 보아까지 유쾌한 입담으로 정리한 강의는 대중음악사를 통시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친절한 가이드라인이 되기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 대중음악이 하나의 아시아적 표준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결론이었다. 아이돌 산업 위주로 주도되고 있는 음악 한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측면에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순 있어도, ‘아시아적 표준’이라 부르기엔 장르의 편중이 너무 심하다. 비록 ‘사흘 밤낮을 이야기해도 모자라는 이야기’라고 전제를 달고 한 말이지만, 음악 한류가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질적으로 우수한 음악 안에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야 한다는 향후 진단도 다소 뜬금없었다. 한류와는 별개로 내수 시장이 처절하게 붕괴되며 종적 다양성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시급한 위기 아닌가. 홍콩영화의 몰락을 예로 들었으면, 단순히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종적 다양성의 확보와 내수 시장의 수익 개선에 대해 지적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긴, 한류의 명과 암을 제대로 지적하려면 강헌의 말처럼 또 다른 3일이 필요할는지도 모르겠다.

글. 이승한(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