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야>, 정치구호를 지운 독도의 쌩얼
, 정치구호를 지운 독도의 쌩얼" /> MBC 일 오전 8시 35분
“자연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광복 65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에서 흘러나온 저 내레이션은 바로 이 프로그램 자체를 설명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말이다. 기존의 독도 관련 다큐들과 달리 정치적 쟁점의 한 가운데 있는 “역사의 섬, 민족의 섬”이 아니라 대자연으로서의 독도를 담아낸 이 순수한 자연다큐는,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때로는 직설적 메시지보다 더 강한 역사적 의미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국내 최초로 독도의 사계를 HD 영상에 담아낸 는 이곳에 관한 꾸준한 애정이 아니고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영상의 보고서다. 독도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해 온 포항 MBC의 기획 노하우와 1년간 독도에 머물며 이 바위섬의 모든 아름다움을 세심하게 담아낸 제작진의 노력이 합작해낸 결과물이다. 신비로운 생명체로 가득한 심해뿐만 아니라 솜털 보송한 바다제비 새끼가 바다모기에 시달리는 굴속까지 독도의 구석구석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문세의 친근한 목소리로 “나는 대자연 독도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의인화된 독도 1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영상에 묻어나는 제작진의 따스한 시선을 더 친밀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독도의 장엄한 춘분 일출로 열린 봄의 서막과 함께 이곳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움직임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부채꼴산호의 미세한 촉수 움직임과 바람에 흔들리는 섬초롱꽃, 술패랭이꽃의 떨림, 그리고 날개를 쭉 펴고 공중을 비행하는 황조롱이의 위용까지 바다 속과 육지와 공중을 부지런히 오가는 편집은 지루할 틈 없이 눈길을 잡아끈다. 이 섬을 잿빛 안개와 격동의 파도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계의 변화에 담긴 독도의 다채로운 색깔이 의미하는 강렬한 생명력이야말로 그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 더 강렬한 이 방송의 숨은 메시지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