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확립이 시급한 ‘영웅호걸’
인지도 확립이 시급한 ‘영웅호걸’
‘영웅호걸’ SBS 일 오후 5시 20분
은근히 인기가 많은 유인나는 의외로 엉뚱한 면을 갖고 있다. 막내 지연은 나이보다 천진난만하고, 서인영은 다혈질이지만 고집을 꺾을 때를 안다. ‘영웅호걸’의 출연자들은 제법 빨리, 정확하게 각자의 캐릭터를 잡았다. 여기에 더해 MC 이휘재와 노홍철은 나르샤와 아이유의 표정을 캐치하며 이들이 무방비 상태일 때 보여주는 모습까지도 포착했다.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중요한 기초공사를 해낸 셈이다. 그러나 방송은 잘 닦아 놓은 토대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노사연에게 겁 없이 덤비는 홍수아와 나이 때문에 가희와 신경전을 벌였던 서인영을 제외하면 캐릭터들은 좀처럼 그들 안에서의 관계를 보여주지 못한다. 미션을 진행할 때마다 양 진영을 이끌어 나가는 두 MC들 조차 서로가 동조자인지, 경쟁자인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눈치다. 게다가 ‘인지도를 높이라’는 모호한 목표는 입체적인 상황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미션은 다만 인물들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장치로만 활용될 뿐이다. 화개장터에서 조사된 순위를 놀이공원에서 뒤집겠다는 발상부터가 개연성이 부족할 뿐 더러, 출연자들이 벌이는 경쟁은 다만 그들 안에서의 게임일 뿐 인지도를 결정할 대중과의 상호작용조차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한 테마의 녹화분을 2회로 나누는 기점이 노사연의 연승을 예측하게 하는 장면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영웅호걸’은 노사연을 중심으로 한 해프닝의 모둠으로 기억될 뿐, 전체적인 서사는 희미하다. MC의 역할과 미션의 기능을 제작진이 먼저 확신하지 못한다면 영웅 노사연의 고군분투 속에서 프로그램은 초반의 성과조차도 잃게 될지 모른다. 누구보다도 인지도 확립이 시급한 건 ‘영웅호걸’, 그 자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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