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충실한 욕망은 리모콘을 부르고
, 충실한 욕망은 리모콘을 부르고" /> 20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시대극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대상은 거의 드러나 있지 않은 에서, 인물들의 운명은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쉴 틈 없이 모략을 꾸미고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의 안위나 욕망을 위해 달려 나가는 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행동한다. 마준(주원)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유경(유진)을 가족 모임에 데려오거나, 한실장(정성모)이 일중(전광렬)의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인숙(전인화)이 한실장의 따귀를 때리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거의 언제나 솔직한 상태라는 증거다. 그래서 는 그런 감정들이 자주 맞부딪히고, 그 부딪힘을 종용하는 사건들을 쉴 새 없이 배치하면서 이야기 전개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수 있다. 우연한 사건들로 비밀은 쉽게 폭로되고, 인물들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분노와 눈물, 증오와 고통, 환희와 떨림은 모두 클로즈업된 인물들의 얼굴 표정으로 드러난다. 단순한 카메라 워킹과 구성의 빈자리를 채워 넣는 것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과 극단을 오고가는 인물들의 감정선, 분명하게 말로서 표현하는 대사들이다. 몰입을 하기에 불편한 것들, 이를테면 새롭거나 복잡한 요소들은 모두 제외된다. 인물들 중 누군가에게 이입하여 보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곧 미각과 후각을 잃게 될지도 모를 탁구를 보며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던 요리 천재 소녀가 떠올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탁구가 미각과 후각을 잃었는지 아닌지 모르는 바로 그 지점에서 20회는 끝났다. 궁금한가? 그러면 수요일에 또 틀면 된다. 의 마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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