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일 KBS2 저녁 5시 20분
‘남자의 자격’의 직장인 밴드 도전기는 언제 봐도 불안하다. 노래 도중에 이윤석의 드럼이 빨라지거나 김성민의 보컬이 엇박을 타는 일은 부지기수고, 시종일관 한 코드만 연주하는 세컨드 기타 이경규에 대해 음악적으로 평을 하는 건 무의미하다. 멤버들이 흘린 땀이 무색하게 보는 이들 모두가 ‘실력보다는 퍼포먼스로 승부하라’고 말하는 수준이니 말 다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국 직장인 밴드 페스티벌 예선을 통과했다. 한 곡만 수 개월을 연습한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 사실 어제 방송에서 실력에 비해 과분하기 짝이 없는 예선 통과보다 더 중요했던 대목은, 연습의 즐거움을 되찾자는 김태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비틀즈의 ‘Hey Jude’ 연주였다. 그 대목은 이들이 왜 직장인밴드에 도전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죽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밴드를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지에 대한 가장 성실한 대답이었다. 사실 사회인 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사회인 밴드를 한다고 해서 우승자처럼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열광적인 그루피들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퇴근 후 바쁜 시간을 쪼개 스티로폼 방음벽을 덧댄 찜통 같은 연습실에 모여 합주를 하는 이유는 그게 즐겁기 때문이다. 결국엔 다 스스로 즐겁게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인지도를 제하면 모든 게 함량 미달인 ‘남자의 자격’ 밴드가 본선에서 몇 등을 했을지 시청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별로 궁금하진 않다. 하지만 이들은 밴드를 해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합주의 즐거움을 ‘Hey Jude’를 연습하며 마음껏 누렸다. 처음에 자신들이 연주하는 곡의 정체도 모르던 사람들이 차츰 서로의 악기와 호흡을 맞추며 낯익은 선율을 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즐거워하는 모습. ‘Hey Jude’의 그 5분 만으로도 어제 ‘남자의 자격’은 충분히 음미할 가치가 있었다.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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