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아역들의 캐릭터에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
, 아역들의 캐릭터에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 /> 첫 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는 대개 금기로부터 출발한다. 구미호 전설 역시 구미호를 목격한 사실을 평생 말하지 않겠다던 사내의 약조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그의 아내가 된 구미호는 짐승의 본능과 인간의 감정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며 온전한 인간이 될 날을 기다린다. 물론 사내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구미호가 슬프게 사라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드라마는 바로 그 금기가 깨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은 하루를 남기고 결국 인간이 되지 못한 구미호(한은정)의 비극적 후일담을 새로운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갈등은 그 자식 세대인 반인반수 연이(김유정), 그녀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명문사대부의 외동딸 초옥(서신애)이라는 운명의 아이들 이야기로 심화 확대되었고, 십년을 기다렸던 엄마 구미호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연이와 초옥이 열 살이 되는 석 달 뒤로 더 긴박감 넘치게 축소된다. 새 금기도 부여되었다. 딸을 위해 연이를 죽여야 하는 윤두수(장현성)는 그 아이의 엄마와 사랑에 빠지고, 연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은 믿지 말라 했던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에 흔들린다. 는 그렇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구미호 전설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변주해낸다. 다만 장편으로 끌고 가기에 다소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구조의 약점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인간의 모든 감정을 배워가는 연이와 그녀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초옥의 운명, 눈치가 재빠르고 영악하며 서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충일(김우석) 등 아역들의 흥미로운 캐릭터에 그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첫 회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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