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을 닮은 스포츠
축구,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을 닮은 스포츠
2010 남아공 월드컵 SBS 토 밤 11시
8강 진출에 실패한 이후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은 마치 끝나버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서는 여전히 축구가 계속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의 8강전 4경기는 월드컵 사(史)에 길이 남을 만한 경기로 펼쳐졌다. 명승부로서가 아니라 의외성의 측면에서 그렇다. 역대 브라질 대표팀 중 가장 덜 화려할지는 몰라도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던 둥가의 브라질은 1자책골, 1어시스턴트, 1퇴장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한 자국선수 멜루로 인해 자멸하며 네덜란드에 패했고, 대한민국을 꺾고 8강에 오른 우루과이는 수아레즈라는 새로운 ‘신의 손’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스페인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는 양 팀 모두 연이어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진귀한 장면을 보여주며, 비야의 골로 스페인이 겨우 승리했다. 하지만 정말 의외의 결과를 낳은 것은, 미리 만나는 결승전으로 점쳐졌던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였다. 4:0. 아르헨티나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한 스코어였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 독일은 팀이었고, 아르헨티나는 팀이 아니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독일 앞에서 ‘공을 잡으면 메시에게 주기’ 외의 전술을 찾을 수가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랜 축구의 역사에서 자주 마라도나의 편에 서 주었던 축구의 신도 이번만은 아르헨티나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간, 특히 주심의 실수가 많은 경기의 승패를 갈랐고, 그래서 도리어 축구가 결국 실수로 인해 결정이 나는 스포츠라는 축구격언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이번 월드컵이지만 어제의 아르헨티나는 축구의 신이 함께 뛰었어도 독일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을 닮은 스포츠. 하지만 그 인간들이 하나의 팀이 될 때 완전을 꿈꿀 수 있는, 축구란 원래 그런 스포츠다.

글. 윤이나(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