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주세요>, 주말가족극은 다 같다는 편견을 버려라
, 주말가족극은 다 같다는 편견을 버려라" /> 4회 KBS2 토-일 오후 7시 55분
가족드라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산다. 이미 결혼한 사람과 아직 결혼 안 한 사람. 모든 갈등의 시작도 결혼이요, 그것을 종식시키는 것도 결혼이다. 결혼이 이 장르의 알파와 오메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자 자기만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던 완전한 타인들을 하루아침에 가족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내는 이 제도 특유의 아이러니한 속성 때문이다. 역시 그 결혼으로 결합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익숙한 구도를 돌파하기 위해 갈등을 부풀리며 극적인 설정에 치중하는 근래의 가족극과 달리 현실적인 캐릭터를 내세우며 공감할만한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령 극의 중심을 이루는 태호(이종혁)와 정임(김지영) 부부의 이야기는 아내의 내조로 성공한 남편과 조강지처의 진부한 갈등 구도이나, 인물들은 그 전형성 안에서 희생되지 않고 나름의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특히 명문대 사회학과 스타 교수 태호는 결혼과 젠더 문제에 대한 지적인 공적 발언과 가족들을 대하는 사적 언행과의 괴리감으로 일찌감치 극에 가장 큰 활력을 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MBC 의 장진구(강석우)를 연상시키는 속물기와 허세로 그 자신이 풍자 대상이면서도 가끔씩 주류 사회에 대한 진정어린 조소를 드러내기도 하며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권위적인 남편들 사이에서 교감을 나누는 순옥(고두심)과 정임의 고부 관계도 인상적이다. 남편 서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는 며느리에게 공감하며 자신도 ‘내 방’을 갖는 게 꿈이었다고 한마디 던질 때 그녀에게는 수십 년간 대가족을 뒷바라지 해온 가족드라마 속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뛰어넘는 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초반이지만 가 흥미로운 가족극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섣부르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 차근차근 쌓아가는 캐릭터의 공감 능력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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