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진정성은 우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 진정성은 우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 3회 SBS 밤 11시 15분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제작진은 ‘짝을 찾고 싶은 12명의 진실된 만남을 담아내겠다’며 을 다큐멘터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인한 미션으로 출연자들의 감정을 궁지로 몰아세우는 리얼리티 쇼에 가깝다. 도시락을 함께 먹고 싶은 파트너를 정하는 것부터 치열한 경쟁이며, 마음에 드는 여자와 1:1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입수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네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락을 먹는 여자 1호와 ‘0표 아가씨’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방식과, “주인공은 승자의 몫이며 패자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의 역할에 그친다”는 적나라한 내레이션은 이 프로그램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닌,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게임임을 암시한다. 남자 2호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수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아하지 않을까요?”라는 순진한 생각은 통할 리 없고, 남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자들의 속마음 인터뷰는 가차 없이 편집된다.

물론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연출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포장지를 벗겨낸 인간판 ‘동물의 왕국’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출연자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길 기다리지 않고 극적인 장치들만 군데군데 심어놓고서는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우기는 제작진의 아집이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뛰어들고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끼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리얼’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진정성과 동의어는 아니다. 그리고 자칭 ‘연애고수’ 싸이를 MC로 기용해 놓고도 그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한 채 내레이션에 가까운 진행만 시키는 것 역시 아까운 일 아닐까.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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