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정우성도 구제할 수 없는 이야기
, 정우성도 구제할 수 없는 이야기" /> 12회 월-화 SBS 밤 9시 55분
얼마 전, 손혁(차승원)은 한국인으로서 미국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재희(이지아)의 물음에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거창한 이념이 아닌 강력한 권력을 얻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그것은 세계 에너지 사업을 손에 넣으려는 테러조직 아테나에서 활동하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어제 에서 정우(정우성)에게 잡힌 국정원 잠입 아테나 요원은 독극물을 먹고 자살했다. 이념이나 이상이 아닌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조직의 비밀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테나는 잡힐 위기에 처하면 자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권 국장(유동근)의 한마디로 넘어간다. 물론 에서 이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을 안일한 에피소드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이 사소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총체적 문제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탈국가적 조직 아테나는 여러모로 의 퀀텀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행동하는 방식은 NTS 요원보다 더 비장하다. 정우가 혜인(수애)의 정체를 눈치 채고 과거를 회상하는 신도 마찬가지다. 합당한 인과관계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 올바른 결과를 도출하지도 못하면서 혜인이 아테나라는 걸 확신하는 모습은 의 마지막 장면을 흉내 낸 수준이다. 이처럼 는 사건의 중심축인 신개념 원자로를 비롯한 수많은 개념과 에피소드를 지시체 없는 기호로서 마구잡이로 이어 붙인다. 다른 텍스트를 모방하려면 최소한 그 텍스트들이 현실의 어떤 지점을 모방했는지 정도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해야 할 것도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 작품을 구할 수는 없다. 정우성도, 차승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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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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