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의 재구성>,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
,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 /> ‘산다는 것은’ EBS 밤 9시 50분
“답이 되셨습니까?” 이금희 아나운서가 ‘산다는 것은’ 편을 정리하며 방송 말미에 던진 질문이다. 물론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정답 없는 인생을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에서 어떠한 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대신 “학교는 전쟁터 같다”는 고등학생,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지만 정작 본인은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 이혼 위기에 처한 결혼 10년차 부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용돈이 아니라 일자리”라는 노인 등 각 연령대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색함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다가 부부싸움의 불씨가 되는 자녀문제를 거론했고, 그 안에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의 고민을 담아냈으며, 그 10대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졌다가 노년이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주제들을 하나의 맥락 안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문제가 실타래처럼 한 데 얽혀있는 ‘인생’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3년 간 에서 방송했던 다큐멘터리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겠다’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살다 보면 부딪히게 되는 모든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을 촘촘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 게다가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십니까?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다들 사는 게 힘듭니다”라는 말까지 건네지 않았는가. 때로는 백 개의 정답보다 한 마디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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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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