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 ‘1박 2일’ KBS2 일 오후 6시 20분
방송을 시작한지 만 2년 3개월을 맞았으니 사실 이제 ‘1박 2일’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캠핑카를 타고 국도여행을 한다는 주제나 사다리타기로 코스를 고르는 진행 또한 익숙하다. 그러나 아직도, 그 나이에도, 애 아빠가 셋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서로 속고 속이고 당하고 또 당하면서 <도박묵시록 카이지> 이후 가장 긴장감 넘치는 가위바위보 사기 쇼를 보여주는 멤버들은 이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에서 ‘야생’이나 ‘로드’를 잠시 빼고서도 꽤 괜찮은 버라이어티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또, “왜 ‘원래’는 다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인 거냐”는 강호동의 반문도 있었지만 ‘1박 2일’의 세계에서는 제작진이 던진 제안에 강호동이 딜을 하면서 룰이 완성되어 가고, 도통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 같던 양쪽이 마침내 각자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그래서 ‘독서 퀴즈’를 할 때는 그렇게도 답이 안 나오던 멤버들이 용돈 인상을 건 달리기를 할 때는 의외의 아이디어로 기록을 단축시켜 가며 목숨 걸고 뛰는 모습은 왠지 삽질 같지만 멋있다. 게다가 캠핑카가 모래사장에 빠지자 스태프며 출연자들 모두가 차를 밀고 끌어 구해내는 실제 상황은 그야말로 ‘리얼’ 위기를 극복하는 재미까지 주며 정작 1118번 국도를 밟기 전까지의 한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 절체절명의 여행길에서도 바질 가루를 찾느라 홀로 진지하고, 바질 대신 녹차 가루를 넣겠다고 우기는 ‘막장 셰프’ 이승기의 캐릭터나 멤버들과 떨어져 본의 아니게 천로역정을 찍게 된 김C의 파란만장한 여행길 예고 또한 다음 주말 채널 고정을 결심하게 만든다. 억지로 참신함을 짜내기보다는 잘 숙성된 재미를 펼쳐 보이는 내공, ‘1박 2일’의 지난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글 최지은

<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벼농사 특집’을 시작하며, 박명수는 우스갯소리로 가을까지는 출연이 보장되는 것이니 다행이라고 했지만, 사실 3월에 시작하며 10월에 마무리 짓는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다. ‘벼농사 특집’은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때로는 그들의 반발자국 앞에서 끌어가며 나름의 역사를 쌓아온 지금의 <무한도전>이 어디까지 도전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였다. ‘여드름 브레이크’, ‘나 잡아 봐라’와 같은 특집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서바이벌 게임의 거대한 무대로 만들었고,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특집’은 올해 여름을 ‘무도표 노래들’로 채웠다. 이러한 흥미로운 프로젝트 사이에 ‘벼농사 특집’이 있다. ‘벼농사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이렇다 할 방송 분량 거리를 만들지 않고 멤버들이 모두 함께는 아니더라도 둘씩 셋씩 짝지어 틈틈이 논을 찾아 김을 매며 일을 하고, 벼의 성장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방송 시간을 채웠다. 멤버들은 방송 분량을 걱정하면서도 일에 집중하고, 실수로 일부의 모를 뽑아버렸을 때 진심으로 가슴 아파한다. ‘벼농사 특집’ 1편에서 유반장이 아빠가 되는 것과 항돈이의 결혼에 대한 예측은 맞아 떨어졌지만, 당시 ‘상겉절이’ 수준이었던 길이 당당히 <무한도전>의 일원이 되고, 정사각형으로 까맣게 칠해질 만큼 잦은 굴곡이 있는 인생을 살아왔던 정준하가 시청자들이 웃을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는 ‘쩌리짱’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벼가 자라는 모습과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다양한 도전을 하며 열심히 뛰고 구르는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 <무한도전>을 지켜봐온 시청자들은 이 독특한 버라이어티가 단순히 한 주의 웃음을 위해 소비되고 마는 도전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삶’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예측할 수 없는, 그래서 기대되는 성장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의 <무한도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거나 하지는 않는다. 벼가 익기 위해서는 기다려야만 한다. ‘벼농사 특집’은 <무한도전>이 그 기다림의 시간들을 충실히 채워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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