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KBS2 목 밤 11시
지난 밤 <해피투게더>에는 윤은혜, 윤상현, 문채원, 정일우가 출연했다. 물론 다음 주에 시작할 KBS <아가씨를 부탁해>의 홍보를 위해서지만, 네 사람의 이름이 가진 지명도와 화제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해피투게더>가 그들을 모셔 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해피투게더>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그들의 출연에 맞춰 2부작 여름 특집을 선보였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오프닝부터 ‘X맨’ 시절의 춤판을 벌려 윤은혜의 춤을 유도했고, 기존의 코너에 OX 퀴즈 등을 더해 게스트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끌어내려 했다. 유재석의 말대로, 이런 게스트들을 “쪽쪽 빨아먹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다. 덕분에 윤상현은 동료 배우들의 공격거리가 되며 웃음을 일으켰고, 예능이 수줍은 정일우와 은근히 할 말 다 하는 문채원의 캐릭터도 드러났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하면 좋지 않은 법. <해피투게더>는 기존의 4인 MC외에 박지선을 더했고, 여기에 본인도 나온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 가수 홍지영을 더했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활기는 더해졌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번번이 다른 출연자들에게 막히고, 여러 MC들의 애드리브는 전보다 산만해 보였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출연진들이 토크에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이날따라 유독 박명수가 ‘막 던지는’ 멘트로 맥을 끊었던 것도 좀처럼 흐름이 정리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해피투게더>는 다음 주 예고로 게스트들과 박명수가 대결하는 ‘박명수가 웃겨라’ 등을 보여줬다. 아마도 이 코너들은 모시기 힘든 게스트들을 더 잘 활용하려는 코너일 것이다.

글 강명석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Mnet 목 밤 11시
얼핏 보면 결혼정보회사 매칭 같고, 가만 보면 인터넷 쇼핑몰 같다. 젊은 여성 의뢰인의 희망조건에 맞춰 소개팅 후보를 헌팅하고, 후보자 4인의 얼굴 없는 자료화면만 보고 최종상대 2명을 골라 시범 데이트를 하는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의 구성은 한마디로 ‘남친마켓’이다. 13일 방송 의뢰인이 주문한 ‘차 좋은 남자, 선물 잘하는 남자, 스타일리시한 남자, 몸 좋은 남자’는 상품검색에 유용한 가격대, 브랜드, 디자인, 컬러 옵션을, 물 좋은 공공장소(주로 강남 일대)에서 훈남들을 탐색, 품평하는 MC들의 수다는 고수들의 쇼핑 팁을 닮았다. MC들의 후보자 결정은 바로선택, 찜하기, 삭제 중 하나를 클릭하는 그래픽으로 정리되고, 모니터로 후보들을 관찰하는 의뢰인의 얼굴엔 결제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망설임과 기대가 교차한다. 결과는? ‘스타일리시’는 대만족이었으나 ‘차’가 문제였다. ‘좋은 차’를 수령한 의뢰인은 35세 남성의 살집 두터운 몸매에 당황하다 그래도 차 앞에서 빛나 보인다며 조수석에 앉았고, 그들의 데이트 사이사이에는 상대에 대한 사용후기가 끼어들었다. 여기서 반전은 그 발언자가 남자라는 사실. 55만 원짜리 목걸이를 사달라는 의뢰인의 애교를 매너 좋게 받아주던 남자들의 머릿속엔 “이상형은 아니었어요”, “(선물비용은) 밥 한 끼 값이면 적당하죠”, “통성명도 안했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같은, ‘당신이 나를 구매할 자격이 있는가’에 입각한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상품이 고객에게 별점을 매기는 ‘달콤살벌 남친마켓’에선 남녀 모두 쇼핑 아이템일 뿐이니, ‘잇 걸’ MC들의 헌팅 장면에 삽입된 자막의 ‘잇 것(=thing)’이라는 오타도 우연의 산물만은 아닌 것 같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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