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게스트와 호스트의 차이는 이다지도 큰 것일까. 휘황찬란한 실패로 마감된 KBS <박중훈쇼>의 딱딱한 호스트 역을 벗고 여유로운 게스트로 돌아온 박중훈은 예전의 입담과 매력을 되찾은 듯 보였다. 방영 당시 한때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두 토크쇼의 MC들이 만난만큼 초반부터 그 기억을 환기시키는 토크로 분위기는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박중훈쇼>가 첫 회 게스트로 ‘무릎 팍 도사’의 공공연한 숙원이던 장동건 출연을 보란 듯이 성사시켰던 것을 생각하면 할 말은 강호동이 더 많았던 듯 했다. 하지만 입담의 고수들이 만난 터라 활발해진 토크 덕에 <박중훈쇼>에 대한 본격적 이야기는 다음주 2부에 다뤄질 예정이고 어제는 주로 박중훈의 초기 경력이 화제가 되었다. 어린 나이부터 쌓인 이력 덕에 다양한 경험과 마당발 인맥으로도 유명한 박중훈은 무궁무진한 토크의 소재를 가진 좋은 게스트다. 익히 알려져 있어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아도 그의 입담으로 줄줄이 엮여 등장하는 허재, 전유성, 강우석, 강재규, 김혜수, 故 최진실, 최재성과 같은 유명인들과의 인연, 그리고 그 인연조차 부수적인 일화로 느껴지게 하는 화려한 개인사를 듣다 보면 매번 재미있고 놀랍다. 특히 그가 데뷔 전 치렀던 각종 오디션, 스탠드바 아르바이트와 같은 아마추어 경력과 데뷔작 <깜보>에 출연하게 된 배경에 대한 좌충우돌 일화를 들려줄 때는 킥킥 웃음이 터지는 한편으로 그의 타고난 예능 싹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그 남다른 개인사가 다시 영화 <라디오 스타>와 같은 작품에서 더 풍부한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하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박중훈은 참 흥미로운 인물임에 분명하다.
글 김선영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역시 ‘라디오 스타’답게 100회 따위는 챙기지 않았다. 조촐하게 101회를 맞이하며 대학교 체육대회에서나 입을 듯한 집업후드를 맞춰 입고 시작했지만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마자 MC들은 원성을 늘어놓으며 바로 벗어버렸다. 그래도 자축의 의미였을까. 10년 전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진용의 게스트들이 나왔다. 물론 현실을 직시하자면 신동엽, 탁재훈, 유영석 등의 <일밤> ‘오빠밴드’는 영화 <즐거운 인생>처럼 락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뭉쳤다기보다 누가 봐도 프로그램 때문에 급조된 팀이다. ‘라디오 스타’는 이 부분을 정확하게 콕 꼬집어준다. 이런 솔직하고도 속 시원한 대접이야 말로 매주 20분도 채 편성되지 못하는 ‘라디오 스타’를 100회 넘게 끌고 온 힘이다. 특히나 누구나 말하고 싶지만 꺼려지는, 박명수나 김구라 정도만 말할 수 있는 세속적인 솔직한 질문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가령 연예인 중에 장가를 잘 간 세 명의 연예인을 언급하며(물론 그 자리에 있는) 치과의사, PD, 부잣집 딸 중 골라보라고 한다. 한 집안 식구인 신정환과 김구라도 있다보니 게스트와 MC의 구분이 모호한 공방이 오간다. 탁재훈은 예의 삐딱하고 투덜거리는 태도와 말투로 빵빵 터트렸고, 신동엽은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도 깐족거리는 재기 대신 씁쓸하게 웃고 만다. MC들과 탁재훈은 집요하게 웃음을 잃어버린 신동엽의 그늘이 집안과 일터의 구분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 몰아간다. 당황하던 신동엽의 눈빛이 점점 반짝이기 시작한다. ‘라디오 스타’같이 깐죽거리며 낄낄거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숨통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101회를 맞이한 ‘라디오 스타’와 ‘무릎 팍 도사’의 게스트 박중훈이 슬쩍 비교되는 지점이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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