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MBC 월-화 저녁 9시 55분
무릇 드라마란 현실을 비추기 마련이다. 사극 역시 과거의 인물들을 복원시키고 있지만, 그 목적은 현실을 진단하고 고민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16회의 미실(고현정)은 근원적인 소통불능의 성품을 보여주어 오늘날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비록 아직은 미실보다 한수 아래에 불과하나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주장하는 덕만(이요원)에게 “백성들은 가난하다. 천 년 전에도 그러했고, 천 년 뒤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것이 백성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미실에게서는 어떤 위악도 읽어낼 수 없었다. 협잡과 협박일지라도 진심으로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믿는 자의 기운은 결국 정의로움을 상징하는 덕만조차도 감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결국 월식이라는 이벤트는 선과 악을 넘어서서 강렬한 것에 이끌리는 대중의 심리에 결정타를 가했다. ‘통치’가 아니라 ‘정치’에 능한 미실은 다수의 덕망을 포기하는 대신 핵심적인 인물과의 심리전에서 탁월한 강수를 보여주는데, 덕만에게 ‘사다함의 매화’의 정체를 밝히는 대담함은 상대방에게 무력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균열 없는 자신감을 과시하는 행동이었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때를 기다려 공격을 할 줄 아는 인내력까지 갖추었으니 미실은 기실 최고의 정치꾼에 다름 아니다. 곡학아세와 아전인수로 무장한 그녀의 영혼에 기시감이 느껴져 씁쓸하지만, 그래서 이 맥 빠진 대결은 오히려 생명력을 얻는다. 부디 덕만이 천하무적인 미실을 무찔러 주기를, 그리고 그렇게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 주기를 희망하는 맛에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글 윤희성

<지금은 꽃미남 시대> MBC에브리원 저녁 11시
최근의 케이블 음악, 오락채널은 아이돌 전문방송처럼 보이는 때가 많다. 대놓고 밝히는 외모지상주의 토크쇼 <지금은 꽃미남 시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꽃미남 시대>는 남자 아이돌 멤버 전원이 출연해서 토크를 나누고, 2회로 특별편성 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된 <지금은 꽃미남 시대>는, 파일럿 방송 때의 소소한 코너들 대신 대화를 유도하는 ‘Would you something to drink?’를 중심으로 재정비해 게스트들과 토크에 힘을 실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2회로 편성된 샤이니편은 1편을 봐야 2편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형식이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MC의 질문에 종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순간, 키가 거침없이 봉을 감싸며 춤을 추는 순간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1편에서 자막에 ‘지루해’라는 말을 반복해 내보낼 만큼 모범적이었던 샤이니 멤버들의 모습을 알아야만 했다. 곧, 팬이 아닌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었던 셈이다. 샤이니가 온다며 처음으로 자신은 잘 모르는 간식들을 싸들고 가는 MC 박명수의 모습은, <지금은 꽃미남 시대>의 현재 모습과 닮아있다. 대놓고 자막으로 외모에 찬사를 보내고, 거침없이 아이돌에 대한 제작진의 사심을 투영하는 <지금은 꽃미남 시대>는 공중파의 ‘라디오 스타’처럼 게스트들과 기 싸움을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지도 못한다. <지금은 꽃미남 시대>가 꽃미남을 ‘위한’ 프로그램일지는 몰라도, 꽃미남에 ‘의한’ 프로그램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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