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MBC 목 밤 12시 10분
언제부터인가 손석희의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토론의 끝은 싼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텁텁하고 찝찝하다. MBC <100분토론>은 공중파 방송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공론의 장이자 ‘완전체’ 사회자인 손석희의 역할로 인해 논리와 이성이 살아 있는 마지막 땅이었다. 그런데 엑스파일 식으로 말하자면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토론 불가 상태가 됐다. 다행스럽게도 어제 리스트 정국에 관한 여성의원들의 토론에서 다시 생기가 돌아왔다. 우선 적극적인 개입과 정리, 그다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손석희가 살아났다. 지난주와 같이 토론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곤란한 패널이 없자 피곤한 낯빛이 싹 가셨다. 그 이유는 여성의원이란 이름이 응당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포즈 때문이다. 섬세하고, 이성적이며, ‘여성적(전투적임의 반대로)’이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조신했다. 그 와중에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모호한 ‘로얄럼블’이라니, 흥미로웠다. 어차피 당략에 따라 움직인다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재밌었다. 어제의 본 목적은 장자연 게이트와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등을 다루고자 함일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란 범주에 넣고 박연차 게이트까지 다루다보니 모두들 박연차 게이트에서 불꽃이 튀길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원이라서 더 이성적인건지, 진수희 의원의 잘못된 선택이었든지, 한나라당 소속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들이 강희락 경찰청장 출석안 보이콧에 유감 표명을 한 건 가장 재밌고 통쾌한 장면이었다.글 김교석

<올리브쇼 시즌2> 올리브 ‘박한별의 핑크 프러포즈’ 목 저녁 10시 50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니까!” 지난주에 첫 방영된 ‘박한별의 핑크 프러포즈’ 1회에서 분장을 하고 자신을 숨긴 채 거리 인터뷰에 나섰던 박한별은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에 결국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여고괴담3>의 개봉이 2003년이니, 벌써 데뷔 7년차. 기억에 남는 작품도 없이, 여전히 데뷔 때의 얼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박한별의 밴드 도전을 담고 있는 ‘박한별의 핑크 프러포즈’. 그 2회는 밴드를 하기로 결심한 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요조와 W&Whale, 김태원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요조 앞에서 ‘에구구구’를 불렀지만 자신감과 카리스마 부족이라는 평가를 들었고, W&Whale에게는 다른 건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컬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딱히 변하는 것은 없다. 밴드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이어야 하고, 노래는 예뻐야 한다. 2회까지 오는 동안 박한별은 밴드에 대해서 ‘그냥 하고 싶은’ 이상의 애정을 보여준 적이 없으며, 그저 예쁘고, 샤방샤방하고, 러블리하고, 포근한 노래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락을 한다면 도와주겠다는 ‘부활’의 김태원과 함께한 멤버 오디션에서는, 핑크색과 비쥬얼, 악기 튜닝에 대한 집착만을 보여주었을 뿐 그녀가 대체 왜 하필이면 ‘밴드’를 하려고 한 것인지, 이 멤버들과 함께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알려주지 못했다. 지금 ‘핑크 프러포즈’ 속의 박한별은 <악녀일기>의 그녀들처럼 악플도 가져오지만 관심도 함께 가져올 만큼 독하거나 새롭지 않고, 이효리의 사생활처럼 속속들이 궁금하지도 않다. 정말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면, ‘그 놈의 핑크’ 이상의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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