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왕가네 식구들’ 1, 2회 방송화면 캡쳐
KBS2 ‘왕가네 식구들’ 1, 2회 방송화면 캡쳐
KBS2 ‘왕가네 식구들’ 1, 2회 방송화면 캡쳐

KBS 2TV ‘왕가네 식구들’ 1, 2회 8월 31일, 9월 1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1남 4녀 딸 부잣집 왕가네 집안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셋째 딸 왕광박(이윤지)는 교사 일을 그만두고 작가의 꿈을 이루려 하지만, 어머니 이앙금(김해숙)에게 그 사실이 발각돼 한바탕 소란을 겪는다. 막둥이 왕대박(최원홍)은 우연히 만난 최상남(한주완)에게 매료돼 그를 따르게 되고 대박이 학교 일로 상남과 마주한 광박은 그에게 반해 애정공세를 펼친다. 한편 왕가네 장녀 수박(오현경)의 남편 고민중(조성하)는 사업부도 이후 택배 배달을 하다가 왕가네 둘째 딸 호박(이태란)과 그녀의 남편 허세달(오만석)을 만나 아내에게 사업부도 사실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리뷰
“입장 바꿔 생각하자” 왕가네 집안의 가훈은 ‘왕가네 식구들’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족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내건 드라마는 많았지만, 그중 시청자가 원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것, ‘왕가네 식구들’은 그런 의미에서 시청률 확보를 위한 자극적인 소재나 막장 구성보다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연어족, 캥거루족, 처월드, 학벌지상주의, 삼포세대 등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한 키워드를 드라마에 적절히 녹여낸 점도 눈에 띈다. 역지사지 정신은 캐릭터 설정에도 적용된 듯, 왕봉, 이앙금, 왕수박, 고민중, 왕호박, 허세달, 왕광박, 최상남 등 인물들의 이름만 듣더라도 그들이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자 방송 1, 2회 만에 각 캐릭터의 행동이나 대사에 설득력까지 더해졌다.

설득력을 얻은 캐릭터가 여럿이 등장하며 드라마를 끌어가는 동력도 다변화됐다. 왕가네 집안의 가장 왕봉(장용)은 이름처럼 ‘봉’ 노릇을 하며 위, 아래 세대 사이에 끼인 장년층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왕수박-고민중 부부의 이야기는 물질적 가치가 중심에 놓인 현대 가족의 비애를, 왕호박-허세달 부부는 시월드 이후에 등장한 처월드의 문제를, 왕광박은 캥거루족을 표상하며 가족드라마의 외연을 확장한다.

깨알 같은 웃음 코드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적절히 삽입된 것도 드라마의 품격을 한 차원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최상남의 아버지 최대세(이병준)의 시트콤 느낌 물씬 풍기는 몸 개그도 그렇지만, 왕광박, 왕대박 등 통통 튀는 젊은 배우들의 차진 대사 연기는 드라마의 보는 맛을 더한다. 왕봉의 어머니 안계심(나문희)에서 이앙금, 왕호박으로 연결되는 적절한 수위의 슬픔도 극의 감정선을 잘 이끌며 순항하고 있다.

‘왕가네 식구들’은 가족드라마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을까.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1, 2회 방송을 마친 지금, 출발이 좋다.

수다 포인트
- “마누라랑 토껭이 같은 새끼들 데리고 살라믄 안전이 제일잉께!” 대사가 참 차진 게 아직도 귓전을 맴도네요. 왕대박 군은 사투리 연기도 대박입니다!
- 왕광박의 강아지 성대모사는 정말 일품입니다. 개소리 전문 여배우의 첫 번째 탄생을 기대해봅니다.
- 두 얼굴의 사나이 최상남, 이 남자 정말 선수 아닌가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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