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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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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언니와 욕조 키스신을 찍을 때 언니가 노하우를 많이 알려줬어요. 저는 첫 키스신이었는데 언니 덕분에 예쁘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워요."

17일 서울 중구 텐아시아 사옥에서 STUDIO X+U 드라마 '선의의 경쟁' 주연 배우 정수빈을 만났다. 그는 극 중 혜리와 수위 높은 욕조 키스신을 촬영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수빈은 "주어진 시간 동안 몰입해서 신속하게 촬영했다. 따로 맞춰보지 않았는데도 NG가 안 났다"며 "욕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이 함께 숨 쉬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은 살벌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대한민국 상위 1% 채화여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학교에 전학 온 우슬기(정수빈 분)에게 욕망을 드러내는 유제이(혜리 분)와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정수빈은 극 중 채화여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업과 성적에 집착하게 되는 지방 보육원 출신 우슬기 역을 연기했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정수빈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관심은 처음"이라며 "너무 감사하고 배우로서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손 편지뿐만 아니라 SNS 댓글로도 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조금 특별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는 정수빈은 "올해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74회 베를린영화제에 가게 됐는데, 부모님과 함께 갔다 왔다. 내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소중한 기회라고 설득했다"며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선의의 경쟁'도 큰 인기를 얻으니 부모님도 내 삶이 행복해 보이셨는지 갑자기 '제2의 인생은 연기를 도전하고 싶다'고 하더라. 내 꿈을 응원해주는 동시에 본인 꿈도 다시 찾으셨다"며 부모님이 열렬한 지지자가 된 배경을 말했다.
사진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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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이 우슬기 역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건 '상처 속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는 "SBS 드라마 '트롤리'(2023)에서도 상처가 많은 주인공이었다. 상처가 많지만 마냥 어둡지 않게, 그 안에 예쁜 모습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며 "'선의의 경쟁' 우슬기는 두꺼운 벽을 가지고 있는 하얀 도화지 같았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이 벽을 허물어주면 우슬기는 그 색을 도화지에 칠한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경 역을 연기한 배우 오우리는 정수빈을 "다른 배우들에게 힘을 주는 힐링 센터 그 자체"라고 언급했다. 정수빈은 쑥스러운 얼굴로 "제가 생각보다 '긍정왕'이라서 '다 잘될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촬영장에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슬기 역과 정수빈의 성격은 실제로도 공통점이 많았다. 그중 평소 걱정과 고민이 많을 때 나오는 습관이 비슷하다고. 정수빈은 "처음에는 닮은 줄 몰랐는데, 슬기는 고민과 생각에 잠식당하지 않고 직접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더라. 저도 평소에 인간 정수빈으로서 고민이 깊어질 때 등산하곤 한다. 슬기도 마찬가지로 걸으면서 탐구하고 고뇌하는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차이점에 대해서는 "원래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회피하는 방향을 선택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슬기는 나와 달리, 누군가와 다퉜을 때 되레 먼저 다가가는 용기가 있더라"며 "나도 어떠한 갈등이 생기면, 외면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사진 제공=STUDIO X+U ‘선의의 경쟁’
정수빈은 채화여고 4인방과 F4로 불릴 만큼 실감 나는 여고생 케미를 자랑했다. 그 비결에 대해 정수빈은 "혜리 언니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집에 초대해 줬다. 언니가 그동안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배움을 베풀어주고 싶다더라. '네가 하고 싶은 걸 겁내지 말고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줬다"며 맏언니 혜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채화여고 가십의 여왕' 주예리 역의 강혜원과는 최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정수빈은 "'소년시대'(2023)를 너무 재밌게 봐서 강혜원이라는 배우가 궁금했었다"며 "촬영장에서 본 혜원이는 잘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자문도 많이 구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끊임없이 공부했다. 덕분에 촬영 내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칭찬했다.

만년 2등 최경 역을 연기한 배우 오우리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정수빈은 "저도 나름대로 대본을 열심히 보면서 필사를 많이 했다. 오우리 언니 대본은 깜지 그 자체였다. 그런 노력에 감탄해서 '언니, 너무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룹 갓세븐 출신 영재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선 "처음 같이 촬영한 게 탈의실 안에서 협박받는 신이었다. 상대 배우의 안전을 지켜주면서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렵다. 그런데 영재 씨는 너무 잘하시더라. 시야도 넓고 몰입력도 좋았다"며 "영재 씨가 노출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잠깐을 위해서 몸 관리도 철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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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우슬기는 수능 전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이에게 수능 선물을 받는다. 정수빈은 이러한 결말에 대해 "슬기는 제이로 인해 수능을 못 봤다고 오해해서 등을 돌렸다. 그러나 제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었다"며 "제이의 죽음 또는 둘의 재회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시즌 2를 기약할 수 있으니까"라고 만족해했다.

최재선 텐아시아 기자 reelecti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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