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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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에게 '장르물 여신'이라는 별명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송혜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후 신작인 영화 '검은 수녀들'로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송혜교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단단한 에너지는 영화를 보는 사람이 스크린에 금세 몰입하게 한다.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은 거침없는 성격과 돌발행동으로 교구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그는 구마 의식을 행하는 김범신 신부(김윤석 분)의 제자다. 가톨릭 교리상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 악령이 든 소년 희준(문우진 분)의 상태는 위중한데, 당장 올 수 있는 구마 사제는 없는 상황. 유니아는 언제 올지 모르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나서서 희준을 살리기 위한 의식을 준비한다.
'검은 수녀들' 포스터.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포스터.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은 2015년 11월 개봉해 544만 명을 모은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이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 오컬트 영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검은 수녀들'은 유니아가 김범신 신부의 제자라는 설정, 구마라는 소재 등으로 자연스럽게 전작과 연결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 있게 달려간다. 악령이 든 어린 소년을 살리겠다는 것. 이를 위한 등장인물들의 결연한 모습이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다. 다만 인물마다 방법은 다르다. 유니아는 구마 의식을 통해, 구마를 믿지 않는 전문의이자 신부인 바오로(이진욱 분)는 의학 행위를 통해서다. 유니아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다른 종교의 도움을 받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그는 무속인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생기는 인물 간 갈등이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다.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송혜교는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다. '검은 수녀들'에서는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인다. 검고 긴 수녀복과 베일 덕에 표정 연기가 더 잘 눈에 띈다. 스크린 속 그의 밀도 높은 연기와 표정은 관객에게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송해교는 비흡연자지만, 이 영화에서는 흡연 장면을 여러 번 연기했다. 송혜교는 이 장면을 위해 촬영 전 6개월간 흡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유니아 수녀를 돕는 미카엘라 수녀 역의 전여빈도 제 몫을 해낸다. 미카엘라 수녀는 정신의학과 전공의이자 바오로 신부의 제자다. 그는 부마 증상을 부정하면서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며 내적 혼란을 겪는다. 전여빈은 복잡한 감정을 가진 미카엘라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악령에 사로잡힌 희준 역의 문우진은 이번 영화 이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문우진은 실제 중학생으로, 섬뜩함과 순수함을 오가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강동원은 우정 출연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더욱 탄탄하게 한다.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영화의 시작은 강렬하고 마무리는 뭉클하다. 송혜교와 전여빈이 연대해 내면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는 모습, 생명을 살리기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오컬트 장르의 영화지만 오컬트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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