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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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신작 영화를 선보인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인간 계급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인공을 맡았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17'의 푸티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인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로버트 패틴슨과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

봉 감독은 "이런 행사를 4~5년 만에 한다. 막상 시작하다 보니 즐거워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내한인 로버트 패틴슨은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한 번도 서울에 오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여러분도 만나고 싶었고 봉 감독님과 다른 분들도 만나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영화에 대해 "흔히 우리가 말하는 SF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가 가득하다. 인간적인 SF영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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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전작들로 계급, 계층 문제를 익살스럽게 녹여낸 바 있다. 이번 '미키17'에는 "계급 문제라고 하니 거창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불쌍하다고 했는데, 왜 불쌍한가. 미키의 직업 자체가 반복적으로 죽는 거다. 죽기 딱 좋은 위험한 현장에 투입된다. 계속해서 죽는 게 직업이다. '17'이 17번째 죽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프린팅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F에서 흔히 봤던 복제인간 클론과는 다를 것이다. 프린트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 그 자체도 비인간적이다"라고 전했다.

원작은 '미키7'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원작보다 10번 더 죽었다. 봉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는 '미키7'인데, 원작 소설도 핵심이 '인간 프린팅'이다. 이분(로버트 패틴슨)이 출력된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미키가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급이다. 자연스럽게 계급 문제도 스며들 것 같다. 영화가 계급 간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 투쟁은 들고 있지 않다.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등 성장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극 중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사채 빚을 지게 된다. 봉 감독은 "제가 평소 마카롱과 다쿠아즈를 좋아한다. 시나리오 쓰면서 어디 넣을 때 없나 그런다"며 웃었다. 이어 "'기생충' 보면 지하에 계신 분이 카스테라 가게를 했다가 망했다. '미키17'에서는 주인공이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망한다. 그런 사연이 있으면 더 가엽고 공감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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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 미키 역을 맡았다. 로버트 패틴슨은 "극본이 재밌었고 처음 읽었을 때 심플했다. 크레이지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각본이었다. 실제로 이면에 있는 멘털리티를 들여다보면, 미키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들여다보면 복잡해지더라. 이면에 유머도 녹아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미키 캐릭터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다.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은 없다. 매일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멍청한 점도 있다. 여러 영감을 받았다. 저는 처음에 제가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버릇이 나쁜 개가 있었는데, 교육을 시켜도 교육이 안 되더라. 집에서 소변을 본다. 훈련을 시키려고 하면 뒤로 누워서 애교를 부린다. 벌주지 못하게. 미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하나'를 17번 죽고 나서야 느끼는 거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봉 감독은 "'더 배트맨'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디 영화에서도 연기를 잘해줬다.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 미키17, 미키18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 했다. 약간 멍청하고 불쌍한데, 예측 불가하고 기괴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했다. 불쌍한 미키부터 광기어린 미키까지 보여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했다. 본인도 이렇게 이상하고 싶었던 거 같다"면서 웃었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거대한 스케일 안에서도 유머를 보여줄 수 있다. '스타워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 일하다가, 그 안에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SF영화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용감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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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은 봉 감독의 작품 가운데 최애 작품으로 '미키17'을 꼽았다. 로버트 패틴슨은 "전 세계에서 봉 감독님 같은 레벨이 되는 분은 4~5분 정도일 것 같다. 모든 배우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영화를 보면 말이 된다. 감정적인 선을 건드린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그렇다"며 "'살인의 추억'을 오래 전에 봤는데, 떠오르는 기억이 말도 안 되는 것과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장르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보게 하는 것 같다.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애 영화는 '미키17'"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어려웠던 장면으로 '외계인과 대화하는 신'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만들어낸 언어였다. 카메라 앞에서 멍청해보인다는 게 어려운 점이었다. 스스로 한심한 장면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현타가 오는 와중에 촬영 후에는 좀 더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 싶더라. 새로 만들어진 언어를 진중하게 배웠다는 면에서 재밌던 기억이다"라고 회상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남다른 한국 사랑을 드러냈다. 그가 한국으로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해외 매체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을 정도다. 이주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로버트 패틴슨은 "진짜 있다.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저도 그 얘기를 들었는데 한 번도 와본 적은 없다. 온 지 하루도, 24시간도 안 됐다. 한국 영화 산업이 대단하다. 많은 훌륭한 배우를 보면서 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훌륭한 것 같다. 저도 한국 작업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입국 당시 많은 팬들이 공항을 찾은 것에 대해 "공항에 나와계시는 걸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신다는 게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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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섬세한 연출 스타일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있다. 로버트 패틴슨은 "배우들은 (작품을) 사냥하듯 찾아다닌다. 봉 감독님 영화가 그 가운데 눈에 띈다"라며 "제가 익숙했던 것과 달라서 인상 깊었다. 감독님은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고, 딱 실행한다. 내가 익숙한 시퀀스보다 짧게 찍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두 라인만 하면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다. 전체 신을 다 하면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데, 대부분 배우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이 현장 최고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봉 감독은 미키의 전 직업 등 원작과 설정을 일부 다르게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원작은 SF적인 요소가 많은데 제가 과학에 관심이 없다. 좀 더 인간적으로 가려고 했다. 미키도 좀 더 가엽은 인물로 가려고 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과거사를 좀 더 단순하고 외롭게 만들었다. 측은지심을 느낄 수 있는 미키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근 미래로 설정됐다. 봉 감독은 "피부에 와닿는 SF다. 물론 '듄'처럼 서사적이고 시간대를 훌쩍 뛰어넘는 웅장한 SF도 재밌고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 작품은 눈앞에 닥쳐있는, 발 냄새나는 SF다. 인간 냄새 나는 SF다. 그래서 가까운 근미래로 더 끌어당기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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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은 여러 차례 개봉일이 변경됐다. 봉 감독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살인의 추억' 때부터 개봉일이 변경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번 경우에 주목 받아서 그런지 유독 기사화됐다. 미국에서 업계의 영향도 있었고 할리우드 배우들 파업도 있었다. 복잡한 상황들이 엮여 있었다. 재편집, 재촬영은 없었다. 워너브러더스에서도 영화 자체에 대한 제 컨트롤을 존중해줬다. 순탄하게 잘 끝났다"고 설명했다.

'미키17'에는 마크 러팔로가 특별 출연했다. 봉 감독은 이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 여태껏 본 적 없는 독재자 유형이다. 어수룩하면서도 귀엽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크 러팔로가 즐겁게 열심히 연기해줬다. 처음 시나리오 받고는 '나한테 이런 면이 있냐. 나한테 왜 이러냐'면서 당황하더라. 왜냐면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미키17'에는 최성재(샤론 최)가 스크립트 번역부터 배우들과 통역을 담당했다. 최성재는 봉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할 당시에도 무대에서 재치 있는 통역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도 최성재는 통역 담당으로 함께했다. '미키17' 촬영이 끝날 때쯤 로버트 패틴슨에게 최성재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했다고.

최성재는 이번 작업이 "영광이었다"면서도 "끝나고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은 "번역을 최성재 님이 다 해줬다. 창의적인 여러 가지에 숨결이 들어가야 한다. 최성재 님이 그런 역할을 했다. 촬영장에서 모든 배우들과의 소통, 기술 파트 스태프들과는 달리 배우들과는 미묘한 뉘앙스 전달도 돼야 한다. 그런 작업을 해줬다. 다들 샤론(최성재)에게 많이 의지했다. 자신도 영화 감독이라 영화적 이해가 풍부하다"라고 칭찬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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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제 20여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키와 나샤의 러브 스토리가 있다. 출력되고 있는 와중에 러브스토리가 있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만든 테마곡도 있다. 이 영화가 멜로영화라고 하면 뻔뻔하겠지만 사랑의 장면이 있다는 게 뿌듯했다"며 미소 지었다.

봉 감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미키를 연기해준 로버트 패틴슨과의 작업이 즐거웠다. 보는 분들도 즐겁게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버트 패틴슨 역시 "재밌게 작업했으니 재밌게 봐달라"고 말했다.

'미키17'은 한국에서 오는 2월 28일, 북미에서 오는 3월 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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