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유재명 /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올해 7살 된 아들은 제가 TV에 나온다는 정도만 알고 자세히는 잘 몰라요. 아직은 영화를 긴 시간 집중해서 보긴 어려운 나이죠. 올해나 내년쯤 돼야 얘기를 좀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얼빈'은 매년 뜻깊은 날에 영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아들과 TV를 보게 되면 '아빠 맨날 늦게 오는 줄만 알았더니 멋있네'라고 하지 않을까요? 배우로서 뿌듯하고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영화 '하얼빈'에서 독립군 최재형 역을 맡은 배우 유재명은 아들과 훗날 이 작품을 함께 볼 날을 상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현빈 분)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에 이르기까지 안중근과 동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는 만큼 유재명은 "상징적이다. 나라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의 의미도 되짚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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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러시아 연해주에 근거지를 둔 최재형은 안중근을 비롯한 동지들의 독립 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한다. 유재명이 연기한 최재형은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유재명은 "당연히 중압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재형 선생 역할을 제안 받고 나서야,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생에 대해 잘 몰랐지 않나 싶었어요. '최재형기념사업회'가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디테일한 자료까지 제게 메일로 보내주셨어요.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사에서는 정신적 지주인 분이시더라고요. '하얼빈'에서는 선생의 행적을 많이 소개하진 않았지만 실제로 하얼빈 의거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이들의 신념, 일대기, 아픔을 잘 그려낼 수 있을까. 누가 돼선 안 되니까 부담감이 있었죠.

'하얼빈'은 차분하면서도 독립 투사들의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재명은 '하얼빈'이 상업영화적 요소와 예술영화적 요소를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꼽았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지문이나 전개가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었어요. 상업영화는 대중성과 예술성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포지셔닝하고 있는데, 우리 영화는 그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걸 다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감정을 증폭시켜 통쾌하게 풀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묘한 경계가 있다는 점을 좋다고 봐주는 분들도 있어요. 여러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가는 자체가 좋은 일입니다. 다른 상업영화와 다른 포인트를 리뷰해주는 분이 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CJ ENM, 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제공=CJ ENM, 하이브미디어코프
현재 극장에서 '하얼빈'뿐만 아니라 '소방관'으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 받고 있는 유재명.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던지 지난해에 공개된 작품만 7개다. 게다가 다음 작품도 벌써 계획돼 있다. 디즈니+ '넉오프'를 촬영 중이고, 곧 JTBC '러브미'도 촬영에 돌입한다. 그는 "새해엔 너무 일만 열심히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작부터 그렇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충전하며 비워내는 편이지만 가진 걸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느 날 (한계점이) 다가오긴 하더라고요. 50대 초반이 됐는데 신체적으로 나이도 들어가고 작품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 삶에 깊이 새겨질 작품을 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연평균 작품을 7~8개씩 한다고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요. 욕심이 많다기보다 제게 제안해준 작품들이 소중하다보니 할 수밖에 없네요. 잘 조절해 나가야죠. '삼식이 삼촌'을 함께한 송강호 선배님한테 '삶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50대가 됐는데 막막하니 딱 한 마디만 해달라'고 조언을 구했어요. 선배님이 '뭘 한 마디만 해주냐'면서도 '인내해라'고 하셨어요. 새해 덕담처럼 새기고 있습니다. 허허허."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유재명은 새 드라마 '러브 미'에서 '비밀의 숲'으로 이미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윤세아와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 그는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중년의 사랑 이야기는 영원한 우리들의 로망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는 5살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윤세아가 워낙 동안인 탓에 네티즌들은 종종 유재명을 '도둑놈'으로 오해하기도.

"로맨스 얘기를 하기로 한 이후부터는 자꾸 얼굴에 점도 보이고, 지금 이를 뺀 상태라 틀어진 이도 신경쓰이네요. 로맨스 한다는 게 쉽지 않구나 싶어요. 하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서 (외모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요즘 다이소 가서 팩도 사고 누가 선물로 주면 전에는 잘 안 썼는데 유심히 보곤 합니다.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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