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라트비아, 몽골에서도 촬영하고 한국에서도 지방 이곳저곳 다녔는데, 눈이 오거나 추운 곳만 골라 다니며 촬영했어요. 육체적으로 춥고 힘든 촬영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힘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저한테 좀 신기한 작품이에요."

배우 박정민이 영화 '하얼빈'의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몽골, 라트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영하 40도의 추위와 폭설의 날씨를 겪었다. 그러한 외부 상황에도 박정민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동지애와 독립을 향한 투지를 품고 있었던 것처럼 배우들 역시 동료애와 숭고한 자세로 작품에 임한 것. '하얼빈'은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에 이르기까지 안중근과 동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독립군 우덕순 역을 맡았다. 우덕순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지만, 사료가 충분하진 않았다. 박정민은 "많은 상상이 필요한 인물이었다. 이런저런 자료를 살펴봤지만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진 못했다. 대본 상에서 표현되는 우덕순을 연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대본의 우덕순은 안중근 장군 옆에서 그를 묵묵히 지켜주며 결정과 일을 지지해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어요. 영화 안에서도 우덕순이 그렇게 계속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몫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들은 시대를 관통해 현 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수선한 시절에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국가라는 것, 국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개인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판단할 순 없어요. 영화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당시의 뜻과 의지를 관객들이 예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극 중 우덕순은 안중근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다. 실존인물이자 위인인 안중근을 연기한 현빈의 부담감, 책임감을 옆에서 느꼈냐는 물음에 박정민은 "나중에 알았던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빈이 형 옆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개인적으로 현빈이라는 배우의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도 많이 하고 생각도 나눴죠. 매 순간 제가 형한테 의지했어요. 나중에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죠. 주인공으로서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다 아는 의인을 연기하는 동안 '내가 과연 형님한테 조금이나마 의지가 됐던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아요. 요즘 홍보하면서 형님이 갖고 있었던 부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을 듣고 조금 죄송스러웠어요."

박정민은 연기 외에도 여러 대화를 나누며 선배들과 가까워졌다. 기혼자인 현빈, 박훈에겐 특히 결혼 생활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결혼한 선배들에게 결혼 얘기 물어보는 걸 좋아해요. 거기서 웃긴 지점들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고민인 척하면서 형님들에게 결혼 생활을 물어보고 얘기 듣는 걸 좋아합니다. 하하. 빈이 형은 '하얼빈' 촬영 때 막 아이가 생겨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많이 했어요. 훈이 형도 재밌는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웃긴 것도 많았어요. 제가 외로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형들 결혼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물어본 거예요. 결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어요. 하하."
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박정민 / 사진제공=샘컴퍼니
박정민은 이달 초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을 통해 연기 활동에 휴식 기간을 가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워낙 다작을 해왔던 박정민인 터라 그의 발언은 '연기 활동 중단 선언'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전,란', 이달 초 '1승'에 이어 연말 '하얼빈'까지 박정민의 출연작은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도 공개 예정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에도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 촬영으로 인해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었다. 휴식 선언이 무색할 만큼 활발한 활동이다.

"중단이라는 말을 쓴 적은 없는데 갑자기 활동 중단이 됐어요. 조금 쉰다고 한 것뿐이에요. 조금 창피하네요. 하하. 2월 되면 뭐가 하나 또 나올 것 같아서 그때 되면 관객들을 또 만날 거 같아요. 찍어놓은 게 좀 있어요. 관객들은 제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좀 쉬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계속 나올 것 같긴 해요. 하지만 텀이 오래 느껴지지 않도록 저를 선택해주는 분을 찾으려고 해요. 사실상 활동 중단 선언을 자동적으로 철회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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