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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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아래 살아가는 인간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야기', KBS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에서는 마야인들의 영혼이 숨쉬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에서 ‘잠들지 않는 불의 거인’을 만났다.

19일 오후 10시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의 3부 ‘잠들지 않는 불의 거인’에서는 마야 문명이 꽃핀 불의 땅, 과테말라로 향했다. 이곳의 활화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상황이지만, 마야의 후손들은 화산을 떠나지 않고 운명을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해발 2552m의 파카야 화산은 200년간 잠들었다가 1961년 폭발을 시작으로 다시 살아있는 활화산이 됐다. 언제 용암이 터질지 모르는 곳이지만, 활화산의 뜨거운 열기를 체험하려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화산 가이드 일을 하는 ‘루이스’는 관광객들에게 파카야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소개하며 생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루이스의 12살 딸 ‘하데’는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화산 가이드가 되기 위해 방과 후면 아빠를 도와 관광객과 함께 산을 올랐다.

아직 초등학생인 어린 하데에게 화산은 그저 모험의 공간이다. 하데는 훗날 과테말라에서 가장 격하게 분화하는 화산이자 마야인에게 신성한 존재로 내려온 ‘불의 거인’ 푸에고 화산을 직접 오르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파카야산이 47일간 분화해 큰 피해를 입고 동료가 목숨을 잃는 경험을 한 루이스는 겁 없는 막내딸이 걱정이다. 루이스는 딸 하데에게 소중한 것들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화산의 무서움에 대해 알려준다. 하데는 “화산이 사람들한테 행복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갑자기 무서워졌다”며 창조와 파괴의 두 얼굴을 가진 화산의 이중성과 맞닥뜨린다.

그러나 루이스는 딸과 함께 푸에고산을 오르며 하데의 소원을 이루어줬다. 또 “푸에고산은 극단적인 자연이야. 우리는 여기에 존경심을 가져야 해. 화산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두렵지 않아”라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함께 전했다.

마야인에게 ‘영혼의 호수’로 불리는 아티틀란 호수에는 어부 ‘헤레미아스’가 살고 있었다. 아티틀란 호수는 화산 폭발로 붕괴된 자리에 물이 차서 생긴 칼데라 호수로, 마야인들은 이를 어머니와 같이 존경하며 살고 있었다. 헤레미아스는 고향 땅을 지키며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세 아이와 아내,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엔 힘든 상황. 결국 헤레미아스는 가장의 무게를 안고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그가 도착한 곳은 중미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 중 하나로 꼽히는 산티아기토산이었다. 생긴 지 120년밖에 안 된 신생 화산이지만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내며 뜨거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헤레미아스와 함께 커피농장에서 일을 하게 된 74세 엔리케는 평생을 화산 곁에서 살았고 60년 간 커피 농사를 지으며 13명의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러던 그가 30여 년 전 고향 땅을 덮친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화산 지대에서 살았지만, 살아 숨 쉬는 화산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헤레미아스는 두려움에 가득 차 “어떻게 이런 곳에 계속 사는지, 활화산이 무섭지 않으세요?”라고 엔리케에게 물었다. 엔리케는 “나도 화산이 위험하다고 생각은 하죠. 그럼에도 우리는 주어진 환경을 견디면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는 것, 그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다”라며 두려움을 이기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 줬다.

KBS 1TV 다큐 인사이트 3부작 ‘화산, 인간’은 ‘대재앙’의 불씨이자 때로는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생명의 원천인 화산을 4K HDR의 생생한 화질로 담아냈다. 또 화산과의 뜨거운 공존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조명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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