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아빠는 꽃중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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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아빠는 꽃중년'(이하 '꽃중년')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육아 예능'이라더니 스타들의 속사정 토로장이 된 모양새다. 방송 전부터 77세에 득남한 MC 김용건의 출연으로 화제를 끌더니, 이제는 육아와는 상관 없는 '52세 돌싱' 정재용을 섭외했다.
사진=채널A '아빠는 꽃중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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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꽃중년' 측은 정재용이 새 멤버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9세 연하이자 그룹 아이시어 출신인 이선아와 결혼해 이듬해 딸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2022년 이혼 소식을 알렸다. 6세인 딸은 현재 정재용이 아닌 이선아가 키우고 있다고 전해졌다.

정재용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가수 활동을 중단했고, DJ DOC 멤버들의 불화까지 터져 2년여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꽃중년'에 합류해 이혼에 얽힌 사연, 딸과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것을 예고했다.

'꽃중년' 제작진은 "정재용이 이혼 후 칩거해 팬들은 물론 연예계 지인들과도 교류가 없었다. 그가 이혼한 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혼 후 2년 넘게 두문불출했던 그의 속사정과 딸을 위해 달라진 모습을 조여주기로 결심한 정재용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꽃중년'은 반백 살에 아빠가 된 스타들의 육아 생존기를 담는 게 기획 의도다. '육아 예능'이라는 콘셉트를 표방하는 '꽃중년'에 새롭게 합류한 정재용이 딸을 키우고 있지 않은 점은 방송 공개 전부터 의아함을 자아냈다. 정재용의 육아 이야기가 아닌 속사정 고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게 여러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사진=채널A '아빠는 꽃중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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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꽃중년'은 주 콘셉트인 육아에서 초점이 비켜간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꽃중년' 13회에서는 안재욱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상담하는 모습이 비쳤다. 그는 전문의에게 "15년 전에도 심한 우울감에 시달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적 있다"고 털어놨다. 안재욱은 "우울한 감정을 풀어보려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늘 힘들었던 것 같다"고 상담했다.

이어 "우여곡절 많았던 나의 삶과 이로 인해 내가 가지게 된 감정과는 상관없이 자녀들만은 밝게 자랐으면 하는 강박감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본인의 상태를 고백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좋은 환경에 살지 못했기에, 본가의 책임과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과거사를 이야기했다.

물론, 아이들을 양육하는 아빠로서 육아 스트레스 및 강박 등을 토로하고 공감받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으나, '꽃중년'의 주 소재인 육아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꽃중년'은 첫 방송 전부터 39세 연하와 재혼해 77세에 득남한 김용건, 2020년 띠동갑 어린 여성과 재혼해 2021년 딸을 품에 안은 김구라가 고정 출연진으로서 진행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주요 출연진이 아닌 김용건과 김구라의 이슈에 '반백살 육아 대디'로서 프로그램의 주축이 되는 신성우, 안재욱, 김원준의 육아는 비교적 뒷전이 되기도 했다.
사진=채널A '아빠는 꽃중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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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없이 초반 회차에서는 "늦둥이는 부의 상징"이라는 등 김용건의 멘트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렸다. 회차가 거듭됐지만, 긍정적인 반전은 없었다. 대다수의 육아 예능과는 다르게 자녀들과 함께하는 단란한 모습보다 신성우가 10대 시절 어렵게 살았다는 이야기, 김용건이 득남 후 대인 기피증에 걸렸다는 이야기 등 육아 과정이 아닌 이들의 신변잡기성 이슈에 이목이 쏠렸다.

육아와 상관 없는 정재용의 합류로 '꽃중년'의 정체성은 또 한번 흔들리고 있다. 육아가 아닌 중년 아빠의 속풀이로 콘셉트가 확장된 것일까. 표류하는 '꽃중년'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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