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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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이 해체됐을 때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해 주시는 팬분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다시금 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도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꼭 지켜내야죠."

2015년 그룹 마이비로 연예계에 출사표를 던진 문희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다. VR 드라마를 제외하고 그는 2019년 방송된 JTBC '김슬기천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배우로서는 '신인'이다. 오로지 팬 사랑 하나만으로 긴 세월을 묵묵히 걸어온 문희. 그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나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문희는 "힘들 때마다 팬분들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연기자로 전향할 기회들이 생겼고 최선을 다해왔다. 점점 더 열정이 커지다 보니 10년이란 세월 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가 황금 막내로 활약을 펼친 드라마 '크래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ENA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사진=ENA '크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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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는 도로 위 빌런들을 끝까지 소탕하는 교통 범죄수사팀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이다. 극 중 문희는 액션 연기를 비롯해 선배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뽐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무술 실력을 갖춘 교통 범죄 수사팀의 막내 어현경 역을 맡았다.

문희는 "현경이가 몸을 잘 쓴다. 아이돌을 위해 춤을 배웠던 게 현경이 역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경이의 능청스러운 부분도 아이돌 생활을 경험한 덕분에 더 살려서 연기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회사 분들을 만나고 사회 생활하면서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터득됐다"며 과거 아이돌 활동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크래시'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말에 문희는 "SNS에 한국어 댓글이 달린 게 오랜만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방과 후 전쟁활동' 후 해외 팬분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댓글 창 대부분이 외국어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국내 팬분들의 반응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사진=ENA '크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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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인 그는 '크래시'에서 막내였다. 20대 또래가 없던 현장은 어렵지 않았을까. 문희는 "처음엔 정말 긴장이 많이 됐다. 눈도 못 쳐다보겠더라.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한데, 선배님들이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문희는 "선배님들이 내게 먼저 다가와 주셨다. 수월하고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보단 서로 수다를 많이 떨었다. 선배님들이 내게 일부러 장난도 많이 쳐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문희는 곽선영에게 감사함을 넘어 전우애를 느꼈다고. 그는 "고난도 액션을 함께 해야 했었다. 선배님께 의지를 많이 하게 됐다. 내게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신 덕분에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민기에 대해서 문희는 "선배님이 출연하신 작품들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다. 특히 '연애의 온도', '나의 해방일지'를 인상 깊게 봤기에 팬심도 있었다. 연기할 때 선배님의 모습은 TV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반면 쉬는 시간이나 회식 자리에서는 브라운관엔 나타나지 않았던 선배님의 털털한 모습들을 접할 수 있었다. 친근감이 느껴져서 어려움이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사진=ENA '크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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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딸기가 너무 비싸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어요. 가볍게 한 말이었는데, 이민기 선배님께서 그걸 기억해주시고 다음 날 딸기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섬세함에 감동을 받았었어요."

문희는 '크래시'에서 개인적인 매력보다 TCI팀의 어우러짐이 시청자들에게 돋보이길 원했다고. 그는 작품에 들어갈 때 "이 팀에 누가 되지 않게 내 몫을 열심히 하자는 목표로 임했다.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내가 다치면 팀에 폐가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마치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한 번도 다친 적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곽선영과 함께 2달여간 액션 스쿨에 다녔다는 문희는 "발차기, 유도, 체력 훈련을 비롯해 액션 무술팀과 이런저런 합을 맞춰가며 역량을 키웠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적 태권도를 배웠던 문희는 "세월이 오래 지났다. 어색했고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금방 수월하게 잘 따라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문희를 향해 원래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전부터 액션 장르를 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보여드리게 돼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했다"고 웃어 보였다.
사진=AI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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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 감독님께서 그동안 안 했던 스타일링을 통해 저의 다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수의 지인이 제가 헤어 스타일에 따라 인상이 많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단발 스타일링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아서 굿 초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어현경 역을 위해 단발머리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문희는 "단발이 주는 발랄한 매력이 맘에 쏙 든다. 머리 감는 것도 너무 편하다"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당분간 단발을 유지할 거냐고 묻자 그는 "다음 작품에 달렸다. 지금은 기르는 중인데,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몰라서 기르는 거다. 작품이 정해지면 역할에 맞게 스타일링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사진=ENA '크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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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현경 역과 문희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그는 "운동을 좋아한다는 점. 씩씩하고 솔직한 편인 성격이 나와 닮았다. 나도 섬세하기보다 털털한데, 그런 면이 어현경과 아주 비슷하다"고 공통점을 꼽았다. 반대로 "현경이의 과도한 애교는 실제 모습과 매우 다르다. '띠드버거'라는 대사를 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희는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면이 많다. 감독님께서 대사를 내가 평소에 쓰는 말투로 바꿔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평소 말투를 녹여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AI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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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를 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장에서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했던 액션을 열심히 구사했었습니다. 어렸을 때 태권도 배웠던 것도 어필하면서 자신 있다고 큰 소리 냈었죠. 감독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냐고 하시길래 스태프분 머리 위에 빈 페트병을 두고 발차기했습니다. 감독님 얼굴에 웃음이 보이더라고요."

문희는 타고난 운동 신경과 용기 있는 면모를 가감 없이 자랑한 덕분에 '크래시'라는 기회를 쟁취할 수 있었다. '크래시' 또한 어현경 역을 흡수한 문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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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하는 게 너무 행복하지만, 팬분들과 마주할 기회는 아이돌 시절보다 적어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팬분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2018년 보너스베이비 활동할 때 사인회 했던 게 마지막 팬분들과의 대면으로 기억합니다. '크래시' 상영회로 오랜만에 팬분들을 만났었어요. 너무 값진 경험이었고 팬 미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아이돌 활동에 미련이 없냐는 물음에 문희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면서 "계속 배우 활동하면서 팬미팅 자리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고백했다. 문희는 팬들과 만나는 날을 꿈꾼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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