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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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립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했지'라는 속상한 감정도 드네요. 작품은 끝났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기사 모니터링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 순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종호 감독)

"'작품은 작가보다 위대하다'는 글을 실감했습니다. 전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제가 참여한 작품이 수많은 사람의 월요일을 기다리게 한다는 건 너무 보람차고 감사한 일이죠. 그런 기회가 제 삶에 주어져서 행복합니다." (김태엽 감독)

"기획을 처음 시작한 게 3년 전입니다. 제가 '선업튀'를 가장 오래 품고 있는 사람이에요.(웃음) 긴 시간 '솔선재'와 함께했는데 끝까지 놔주고 싶지 않네요. 큰 사랑 받은 만큼 헛헛하고 그립습니다.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이에요." (이시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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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의 연출을 맡은 윤종호 감독, 김태엽 감독, 이시은 작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를 만나 뜻깊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연출진은 종영 후 이런 인터뷰 자리를 갖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영광스럽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선업튀'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선업튀'는 화제성 1위를 수성하며 방송하는 두 달여간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선업튀'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8%, 최고 6.9%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 역시 전 회차 8주 연속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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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호 감독은 "이러한 기록이 믿기지 않는다. 최근엔 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받기도 했다. 선재 사인받아서 우편으로 보내달라고.(웃음) 그런 이야기 들으면서 슬슬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이 제대로 된 게 맞는지 아직도 의심하고 있긴 하다. 믿기지 않는 화제성과 반응 덕분에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 2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시은 작가는 "작품의 애착이 남다르지만, 시즌 2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선업튀' 뿐만 아니라 내가 쓴 모든 캐릭터가 계속 내 마음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서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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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는 전부터 제가 꿈꿔온 캐릭터입니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남자 주인공(이하 '남주')과는 차이가 있어요. 한 여자만 바라보고 한없이 다정하죠. 보통의 '로코' 남주는 초반에 까칠하다가 점점 변해가잖아요, 선재는 서브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서브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싶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그런데도 꼭 한번 쓰고 싶었어요. 자칫하면 심심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변우석 씨가 정말 잘 살려줬죠." (이시은 작가)

이시은 작가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 변우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서브 포지션을 전면에 내세운 건 나의 도전이었다. 사실 태성(송건희 분)이가 기존 남주의 설정을 다 갖고 있는 캐릭터다. 반항적이고, 집에 사연 있고, 여자 주인공과 티격태격하기 때문. 메인과 서브 포지션을 뒤바꾸는 걸 전부터 소망해왔었다"면서 작가로서 도전 의식을 내비쳤다.

그는 "류선재가 참 어려운 캐릭터다. 폭넓은 나이대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게 많았다. 적합한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 '20세기 소녀'를 봤는데, 변우석 씨가 선재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소녀'를 찍은 터. 걱정했는데 다행히 배우가 좋아해 줬다"면서 기뻐했다. 이 작가는 "변우석 씨가 전작에서 빌런, 사극 등 다양하게 연기하면서 쌓아온 게 많았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선재가 더욱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윤은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이하 '불도저')를 보고 캐스팅에 확신을 가졌다고. 이시은 작가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김혜윤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 '불도저'에서 깊은 감정 연기를 보고 너무 탐이 난 배우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그와 작업하고 싶었다. 응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면서 "이미지에 딱 맞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맡아줘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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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해 '톱급' 아닌 배우들, 신인 연출진이 뭉친 작품입니다. 그럴수록 저희끼리 더 의기투합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미장센을 심으면서 드라마가 잘 안되더라도 우리끼리 행복 하자라는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 작업했습니다. 배우들이 유명하지 않았던 터라 시민들의 관심이 적어 촬영하면서 편하기도 했어요.(웃음) 작품이 방영되고 난 후엔 달라지는 점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할 것을 자신했죠." (김태엽 감독)

김태엽 감독은 배우들이 너무 사랑스럽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솔이가 노란 우산을 들고 선재에게 달려오는 장면에 관해 그는 "선재가 솔이를 사랑하게 되는 결정적인 신이다. 직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했다.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미소'에 포인트를 뒀다. 선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 미소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시청자들이 좋아해 줘서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면서 따뜻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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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진은 14회 목걸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소 투박한 디자인으로 시청자들 사이 몰입에 방해된다고 장난스러운 논란을 일으킨 신이다. 윤종호 감독은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옥에 티가 있어야 다음 작품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유머를 뽐냈다. 그는 "미리 시안을 받았었는데, 그땐 크기를 가늠하지 못해서 예뻐 보였다. 군번줄 이야기까지 나오더라. 후반부라서 다시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이슈될 줄 몰랐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김태엽 감독은 "'수영밖에 모르는 19세 소년의 서툰 취향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겠다는 갓종호의 장치 아닌가'라는 반응도 봤다"고 이야기했지만, 윤종호 감독은 "그렇지 않다"면서 거듭 사과해 웃음을 안겼다.

윤종호 감독은 "1회 끝나고 변우석 씨가 내게 와서 '감독님 믿었다'면서 만개 웃음을 지었다. 너무 이뻤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김혜윤 또한 너무 좋아했다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배우들이 연출진에 의지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 보고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화제성을 체감하면서 이제는 행복할 뿐이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내서 말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낀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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