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일릿-뉴진스/사진 = 빌리프랩-어도어
그룹 아일릿-뉴진스/사진 = 빌리프랩-어도어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자신만의 정체성과 색깔이 실력보다 중요해진 K팝 시장이다. 가창력 좋고 춤 잘 추는 아이돌 그룹이야 숱하게 많지만, 이들이 모두 K팝 시장에 어필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기량보다 남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야 대중의 시선과 관심을 잡을 수 있다. 좋은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로 달라지고, 그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다.
방시혁의 아일릿, 민희진의 뉴진스와 겹치네…집안싸움 리스크되나[TEN스타필드]
'하이브 막내딸'로 불리는 신인 그룹 아일릿이 미니 1집 'SUPER REAL ME'(슈퍼 리얼 미)을 발매하며 지난 25일 데뷔했다. 특히, 아일릿은 르세라핌 이후 방시혁 프로듀서가 각별히 애정을 담아 대중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K팝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룹 방탄소년단이라는 메가 IP를 통해 K팝 1인자의 자리에 앉은 방 프로듀서가 내놓는 걸그룹이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이 주를 이뤘다.

르세라핌이 방 프로듀서의 주전공인 힙합 베이스로 만들어졌다면, 아일릿은 현재 K팝 트렌드를 십분 반영해 대중 친화적인 콘셉트로 탄생한 그룹이다. 방시혁 프로듀서로서는 음악적인 도전과 확장에 나선 셈. 방 프로듀서는 아일릿의 데뷔 앨범 타이틀곡 'Magentic'(마그네틱)부터 수록곡까지 총 4곡 작사-작곡에 참여했으며, 총괄 프로듀서로서 데뷔 콘셉트와 메시지, 뮤직비디오 등 모든 분야를 두루 신경 써 대중 앞에 내놨다.

베일을 벗은 아일릿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는 그룹 뉴진스이 이름이 따라붙고 있다. 아일릿은 하이브 내 걸그룹으로만 치면 뉴진스의 바로 아래 후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교 선상에 놓일 수 있으나, 그 핵심을 들여다 보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아일릿의 음악과 콘셉트, 뮤직비디오 등 핵심 콘텐츠가 뉴진스와 꽤 유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먼저, 음악 색깔과 메시지가 비슷하다. 아일릿의 'Magnetic'과 뉴진스의 데뷔곡 'Attention'(어텐션) 등은 신스팝을 배경으로 한 전자 댄스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전자 사운드가 상당 부분 흡사해 아일릿의 'Magnetic'이 뉴진스의 신곡이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음악이 담고 있는 메시지 역시 유사한데, 아일릿은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마음을 자석에 빗대 '슈퍼 이끌림'이라고 표현했고, 'Attention'은 매력적인 상대에게 관심을 갈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진 = 뉴진스 'attention' 뮤비-아일릿 'Magnetic' 뮤비
/사진 = 뉴진스 'attention' 뮤비-아일릿 'Magnetic' 뮤비
/사진 = 뉴진스 'attention' 뮤비-아일릿 'Magnetic' 뮤비
/사진 = 뉴진스 'attention' 뮤비-아일릿 'Magnetic' 뮤비
뮤직비디오도 그렇다. 5명의 멤버들이 옷장에서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나, 침대를 활용한 연출, 드레스업 후 함께 문을 나서는 모습 등에서 'Magnetic'과 'Attention'은 서로를 연상시킨다. 멤버 수 역시 5명으로 동일해 뮤비 속에서 춤을 추는 대형 등도 유사하게 다가온다. 콘셉트 포토부터 뉴진스와 느낌이 겹친다는 반응이 많았던 아일릿이다.

나아가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은 범 하이브 내 팬덤의 분쟁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거대 리스크를 머금고 있다. 하이브 걸그룹 중 르세라핌과 아일릿은 방시혁 프로듀서, 뉴진스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프로듀싱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는데, 아일릿의 데뷔 이후 이같은 집안 싸움 구도가 더욱 심화된 양상이다. 일부 팬들은 아일릿과 뉴진스를 방시혁 프로듀서와 민희진 대표의 경쟁 구도로 확대해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아일릿(위)와 뉴진스/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아일릿(위)와 뉴진스/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일각에서는 이같은 구도가 아일릿과 뉴진스의 성장을 촉진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만, 정체성과 색깔이 무엇보다 중요한 K팝 시장에서 한 회사 내 두 걸그룹이 비슷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여러모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시도였다고 여겨진다. 두 팀의 유사성이 가져온 불필요한 비교와 경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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