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KBS 2TV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32부작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는 '귀주대첩'에 대해선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다. 고려와 거란의 26년간의 전투를 마무리하는 '귀주대첩'이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고 마지막 화인 32회에서 짧게 비춰졌다는 것. '고려거란전쟁'의 마지막 화 어땠을까.

1009년(고려 목종 12년/ 현종 원년)부터 1020년(고려 현종 11년)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다룬 '고려거란전쟁'은 고려군과 거란군의 치열했던 역사적 기록을 다루고 있다.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처절한 전쟁을 펼치는 고려군과 빼앗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거란군의 상반된 이해관계가 그려진다. 고려를 지켜내기 위한 강감찬 장군(최수종), 현종(김동준)의 끊임없는 사투는 '고려거란전쟁'의 핵심이었다.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우리가 흔히 아는 귀주대첩을 제외하고도 통주전투, 흥화진전투, 서경전투, 애전전투 등이 드라마 안에서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흥화진 전투의 경우,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남겼다. 제2차 고려-거란전쟁(여요전쟁) 중 벌어진 흥화진 전투는 많지 않은 군사를 이끌고 거란군의 발목을 잡아둔다. 흥화진(평안북도 의주)는 당시 고려에게 군사적 요충지로 불릴 정도로 주요한 공간이었으며, 거란군은 해당 공간을 빼앗기 위해서 맹공격한다. 귀주대첩으로 거란군의 3차 침입을 막아낸 강감찬 장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양규 장군(楊規·?~1011)은 3000명으로 거란의 40만 대군을 막아냈다.

패배한 거란군은 곽주성으로 향했으며, 이를 함락했다. 양규 장군은 소규모 병력을 이끌고 거란군으로부터 곽주성을 되찾았고, 포로 7000명 역시 구해냈다. 철수 중이던 거란군을 무로대(평안북도 의주 인근)에서 기습 공격하기도 했다. 거란군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애전(평안북도 선천 인근)으로 향했으나 최정예부대에 포위당하며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에 맞아 장렬하게 전사했다. 사료에도 적힌 "양규와 김숙흥은 화살을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맞고 함께 전사하였다"(고려사 권94/양규 열전)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전사한 양규 장군과 김숙흥(주연우) 장군의 모습이 담긴 16화는 그 당시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생생했다.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하지만 '귀주대첩'은 기대에 비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역사적으로 귀주대첩은 거란의 3차 침입인 1019년에 고려군이 거란군을 귀주에서 크게 이긴 전투다. 당시, 거란군은 연주(평안남도 개천시)와 위주(평안북도 영변군)를 거쳐 1019년 2월 귀주로 진입했고,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은 그들의 철군 경로를 차단했다. 양군의 결전이 시작됐고, 개경을 방어하던 김종현의 군대가 거란군의 후방에서 나타나면서 기세를 탔던 것. 고려군은 많은 수의 거란군을 죽였고, 다량의 군수물자를 얻기도 했다. 귀주에서의 패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거란군에 의해 전쟁을 막을 내렸다.

26년간의 전투를 마무리하는 '귀주대첩'은 드라마 안에서 20분 분량으로 짧게 그려졌다. 소배압(김준배)가 이끄는 거란군과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전투에 나선다. 검차를 돌리면서 돌격하는 거란군과 이에 맞서는 고려군은 초반부 수세에 몰린다. 강감찬은 거란군과의 전쟁을 앞두고 군사들에게 "중갑기병은 반드시 온다. 제1 검차진 버텨야 한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라고 강조했다. 겁에 질린 병사들은 우왕좌왕하지만 이내 기다리던 중갑기병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사진=KBS 2TV '고려거란전쟁' 방송 캡처본.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고려군과 거란군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는 각오로 접전을 펼친다. 그러나 거란군과 고려군의 전쟁신 대신 비가 쏟아지더니 고려군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승리를 만끽한다. 강감찬 장군은 군사들 사이를 지나가며, 전쟁이 남긴 것들을 돌아본다. 진흙이 가득한 모랫바닥을 들여다보면서 꺾여있는 꽃 한송이와 무기를 집어 든 강감찬 장군은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강감찬 장군은 자국으로 도망치려는 소배압을 그냥 놓아주기도 한다.

해당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우천 취소인가?? 이것만 기다렸는데", "전쟁을 우천 취소하고 이겼다 하고 끝내는 게 어디 있냐?", "귀주대첩만 다시 만들어라!" 등의 반응과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역사 왜곡이라고 말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봤다", "벌써 끝났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귀주대첩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32화(마지막화)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라는 게 중론이다.

강감찬 역의 최수종은 '고려거란전쟁'의 종영 소감으로 "'고려거란전쟁'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아쉬운 것도 있지만 저에게는 또 다른 길이었고, 또 하나의 공부였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종 역의 김동준은 "1년이란 시간을 '고려 거란 전쟁'과 함께 했다. 최수종 선배님을 비롯해 감독님, 많은 선배님들, 동료들,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달려왔다. 많이 배웠고 더욱 많이 느꼈던 작품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간 역사 왜곡 논란과 원작자와 연출진 간의 갈등, 16화 이후부터 그려진 서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 등으로 고초를 겪었던 '고려거란전쟁'의 아쉬운 마무리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