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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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을 때까지 한 길만 걸어온 제가 대견스럽습니다. 아직은 연기를 사랑하나 봅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점점 그 욕구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라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제가 손오공도 아니고(하하) 더 나이 들기 전에 격정 멜로도 해보고 싶네요"

최민식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 영화 '파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검은색 후드티에 플리스를 입고 나온 최민식은 "아이고 반갑습니다"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고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평소 작품에서 비쳤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귀여운 매력을 한껏 뽐낸 최민식이었다.
사진 제공=(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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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사제들', '사바하' 등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22일 개봉했으며 사전 예매량만 36만 장을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알렸다. 시작이 좋다.

이날 최민식은 해당 소식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행복하면서 불안하다. 쭉 가야 하는데"라고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이어 "오늘(22일) 개봉이니, 이제 시작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오는 관객들의 평이 진짜지 않나.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 다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파묘'팀에 자부심이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은 있었다. 이사 갈 때 방향 보고, 그 정도다"라며 "제가 '파묘'를 제안받고 풍수사 역할을 맡았지만, 40년 경력 풍수사를 단기간에 어떻게 표현하겠나.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땅의 기운, 물길, 산세 등을 분석한 인물이다. 일단 시선이 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이 사람이 보는 건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제가 고은이처럼 칼춤을 출 수도 없으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 제공=(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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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년 만에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최민식. 그가 '파묘'를 선택한 이유에는 감독 장재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최민식은 "단순한 귀신놀음에서 끝날까 걱정했는데, 장재현 감독의 가치관이 잘 녹아 있다. 사석에서 술 마시면서 '선배 우리 땅이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무슨 소린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수학적인 측면에서 사람 몸에 혈 자리가 있듯이 땅에도 혈 자리가 있다고 보는 내용이지 않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너 기독교 믿는다며, 교회 다닌다고 했잖아'라고 했다. 장 감독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편협되지 않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장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민식은 '파묘'가 장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말랑말랑'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말랑말랑해진 느낌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유연한 사고가 좋았다. 감독이 작품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니아층을 의식하기보단, 자신의 베이스는 유지하고 유연하게 변주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최민식은 "넷 다 술도 좋아하고 푼수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 만났지만, 옛날부터 만나서 작업했던 사람 같았다. 통상 촬영 전에 친해지려고 하는데, 그런 게 따로 필요 없었다. 느낌이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무당 연기를 한 김고은에 대해서 "'파묘'팀의 손흥민이고, 메시다"라며 "여배우가 무속인 역할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과감하게 도전하더라. 연습하는 것도 보고 그랬다. 무속인한테 "제자로서 어떠냐"라고 물어봤는데 '쟤는 우리 과 아니야'라고 하더라.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입대로 홍보 일정에 참여하지 못한는 이도현도 언급하며 "도현이 북 치는 거 보셨죠? 저는 북에 구멍 나는 줄 알았다. 이 친구들이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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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 최민식은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데뷔한 지도 35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바람은 배우로 살다가 죽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최민식, 쟤 참 오래 한다' 이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무대인사도 다니고, 연극도 하고 이런 것들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명예퇴직한 고등학교 동창들이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잖아'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 아직 연기를 사랑하나 보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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