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BS 드라마 '나기의 휴식'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

▶ 일본 TBS 드라마 '나기의 휴식'(凪のお暇)
쳇바퀴처럼 반복된 일상과 턱턱 목이 매어오는 중압감에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는가. 하지만 현실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뿐더러, 지쳐버린 몸과 마음은 깊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한없이 가라앉는다. 2019년 방영된 일본 TBS 드라마 '나기의 휴식'은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에서는 2019년 7월 19일부터 2019년 9월 20일까지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는 왓챠와 웨이브에서 감상 가능하다.
주인공 나기(쿠로키 하루)는 늘 남들의 눈치를 보는 캐릭터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보단 어떤 대답을 해야 기분이 나쁘지 않을지를 생각하느라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떠다닌다. 결국 가장 무난한 대답인 '그렇구나'를 연발하면서 직장 동료들은 나기의 태도를 기계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나기에게도 약간의 숨구멍이 있다. 작지만 아늑한 집에 돌아오면, 같은 회사 동료이자 비밀 연애 중인 남자친구 신지(타카하시 잇세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더불어 남자친구인 신지가 자신처럼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기는 몰래 그를 보러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여자친구의 어디가 좋냐"는 회사 동료의 물음에 신지는 속궁합은 좋지만 절약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라나, 뭐라나. 알게 모르게 강압적이고 윽박지르는 편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표현법인 줄 알았던 남자친구 신지의 본모습을 보게 된 나기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과호흡을 일으켜 쓰러진다.

'나기의 휴식'이 재밌는 지점은 일본의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감독 모리 준이치)처럼 나기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타인의 침범과 융화로 인해 자꾸만 본질이 희미해진다.

나기의 휴식은 이들과 함께한 시간으로 잠시 방향성을 잃기도 하고, 혼자서는 풀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도 한다.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상대가 하는 답변에 따라 동조하던 나기는 이제 자신만의 대답과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간다. 무엇보다 나기를 중간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남자, 신지와 곤의 사랑은 '나기의 휴식'을 관통하며 동시에 재미 포인트가 된다.
또한,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2016), 드라마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2018) 등의 배우 쿠로키 하루와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1), 드라마 '콰르텟'(2017), '천국과 지옥 ~사이코 두 사람~'(2021) 등의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 드라마 '처음 사랑을 한 날에 읽는 이야기'(2019),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2020) 등의 배우 나카무라 토모야의 일상적이고도 진한 연기 색깔과 호흡은 '나기의 휴식'이 지닌 매력을 가중시킨다. 당장 '휴식'을 가질 순 없지만, 방구석 휴식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나기의 휴식'을 추천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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