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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별몇개? = ★★★☆
인물들의 눈빛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북소리는 심장을 울렸다. 이 속에서 펼쳐지는 해전은 박진감 넘치고 생동했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렸다.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을 잇는 마지막 영화다.
'노량'은 처음부터 끝까지 담백하고 명료하게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달린다. 그 과정에서 집중하는 것은 이순신의 상실과 집념이다.

이순신의 집념은 이 깊은 상실에 뿌리내렸던 까닭에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는 수차례에 걸쳐 왜 이순신이 '끝까지 싸워 왜군의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외쳤는지 관객들이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왜군의 속내를 꿰뚫었던 이순신은 '적당한 타협'이란 국가와 민족을 또다시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에 이른다는 신념을 올곧고 대차게 고집한다. 온갖 감언이설과 비겁한 계략으로 퇴로를 찾던 왜군이 결국 아군끼리 총칼을 겨누며 자멸하는 모습은 이순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상에서 군사 한 사람의 칼끝을 따라가는 연출법이었다. 이 시퀀스에서 관객은 노량대첩의 아비규환에 들어가 배 위의 한 사람이 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김 감독은 관객이 이 전쟁을 관망하게 두지 않고 생생한 영화적 체험을 하도록 초대한다.
영화 말미를 가득히 채우는 북소리는 '끝까지 싸우라'는 이순신의 메시지를 관객의 귓가에 처절하게 때려 넣는다. 이순신의 죽음 위를 수놓는 북소리는 그의 결기가 담긴 유언을 대변하며 마음을 울린다.




'명량' 최민식은 고작 열두 척의 배를 갖고도 대군의 적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나아간 용장(勇將)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렸고,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은 냉철하고 차가운 지략으로 적을 삼키는 지장(智將)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노량'의 김윤석은 전쟁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적군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깊은 뜻을 품은 현장(賢將)의 모습을 표현했다.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을 기획하고 세 명의 배우들을 섭외하며 그렸던 이순신의 모습이 오롯이 스크린 위에 떠올랐다.
다만, 영화적 미덕을 여럿 갖춘 작품이지만 조명연합과 왜군의 대화를 뒤따르는 통역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다소 긴박감을 떨어트리는 지점이 있다. 더불어 영화의 3분의 2 가량의 분량이 해전을 그린 만큼 보는 이에 따라서는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3부작의 대미가 되는 이번 '노량'은 극장 관람을 해야 할 가치가 분명한 작품이다. 스펙터클이 넘치는 해전의 박진감을 비롯해 배우들의 눈동자에서 터져나오는 눈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3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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