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h BIFF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
영화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 /사진=조준원 기자
영화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 /사진=조준원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는 강렬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라는 국가를 특정하고 있지만, 사실 영화는 그 자리에 어떤 국가의 이름을 넣어도 가능한 보편적인 서사를 그리고 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지만 젊은 세대들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라고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고아성)의 선택과 수많은 걸음은 2023년도 관객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4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남동철 프로그래머, 감독 장건재, 윤희영 프로듀서, 배우 주종혁, 김우겸이 참석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2015년)를 원작으로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
남동철 프로그래머. /사진=조준원 기자
남동철 프로그래머. /사진=조준원 기자
악재가 겹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터. 그 때문에 개막작으로 '한국이 싫어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한국이 싫어서'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관해 "'한국이 싫어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아직 젊은 친구고 미래에 대한 많은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일 거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생략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고민이 과감하게 드러나기에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이라는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지만 젊은 세대들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장건재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장건재 감독. /사진=조준원 기자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은 그간 '회오리바람'(2009), '잠 못드는 밤'(2012),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달이 지는 밤'(2020),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2022)를 제작했다.

주인공인 고아성 배우를 '계나'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관해 장건재 감독은 "고아성 배우는 대본을 드렸을 때, 영화 참여 의사를 일찍이 밝혀주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3년 작업도 할 수 없었는데 그 시간도 오롯이 기다려주셨다. 계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상정하기보다는 고아성 배우를 통과해서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라고 답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장건재 감독은 "2016년도에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프로젝트 마켓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준비 과정에서 이야기에 대한 정수를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소설이 출간된 해에 이 작품을 공교롭게도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2015년도는 한국 사회가 뜨겁고 큰 변화를 겪는 시기였다. '계나'와는 다른 삶의 환경이지만 나한테도 공명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서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제목이 워낙에 강렬한 메시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계나가 왜 그런 선택을 할지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그녀를 한국이라는 사회를 탈출하게 만드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나가 계속해서 어디론가 좋은 의미에서 어떤 다른 희망을 찾아서 움직이고 도망가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배우 주종혁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주종혁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주종혁은 뉴질랜드에 간 계나처럼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온 '재인' 역을 맡았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로 부산을 찾은 소감을 묻자 주종혁 배우는 "연기를 한 지 6~7년 정도 된 것 같다. 독립영화를 하면서 부국제에 오고 싶다는 목표와 욕심이 있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되어서 부산에 온 것이 꿈 같은 일이다"라고 답했다.

극 중에서 자신이 연기한 재인 역의 어떤 점이 끌렸는지 묻자 주종혁 배우는 "어릴 때, 뉴질랜드에서 6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었다. 당시에 한국 삶에 지쳐서 온 형들이 있었다. 그 형들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한국이 싫어서' 소설을 보고 그 형들이 떠오르더라. 제인을 연기한다면, 재밌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인은 한국에서는 너무 남의 눈치를 많이 봐서 스타일을 뽐내지 못했는데, 뉴질랜드에 가면서부터 본인의 색깔을 찾아가는 인물인 것 같았다. 초반에 머리도 휘황찬란하게 하고 본인의 개성을 찾으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척추골 골절로 아쉽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하지 못한 고아성 배우와 현장에서 어땠는지를 묻자 "뉴질랜드 촬영만 아성 선배님과 했는데 너무 편하게 했었다. 어느 틀에 갇히지 않고 제가 무엇을 해도 잘 받아줬었다. 틀에 갇히지 않아서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저번 주에 연락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사실 이 영화가 아성 배우한테는 단독 주인공인데 여기 앉아야 할 것 같은데 대신 온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잘 전달하고 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배우 김우겸/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김우겸/ 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김우겸은 계나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사귄 오래된 연인이자 방송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지명 역으로 출연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에 관해 김우겸 배우는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 열차 타고 이 극장 객석에서 영화를 보고 간 적이 있다. 그때 배우들 보면서 너무 부럽고 저 자리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개막작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우리 엄마, 아빠가 좋아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척추골 골절로 아쉽게 부국제를 참석하지 못한 '계나' 역의 고아성 배우와 현장에서 호흡 맞췄던 소감에 관해 김우겸 배우는 "너무 신기했다. TV에서 봤던 사람이고, 같이 연기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되게 편하게 해주시고 고민이 있는 지점을 전화로 소통하면서 고민해주고 그런 이야기를 나눠서 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누나 짱이다'라고 문자를 보냈다"라고 답했다.

'한국이 싫어서'가 관객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냐고 묻자 "우리 또래의 이들은 '나에게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 주제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값진 것이라는 생각했다. 살면서 당연하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많지 않나. 계나는 스스로 행복이 뭔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하는 생각했다. 그런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희영 프로듀서. /사진=조준원 기자
윤희영 프로듀서. /사진=조준원 기자
'한국이 싫어서'의 제작사 모쿠슈라 윤희영 프로듀서는 오랜 시간이 걸려 작업한 소감을 언급했다. 윤희영 프로듀서는 "영화가 프로젝트 마켓에서 소개되고 만 7년이 흐르고 첫 상영이 되는 기간 동안 이 영화가 한 번도 관심 밖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규모가 크지 않기에 뉴질랜드 촬영까지 소화하는 입장에서 예산 관리가 쉽지 않은 입장이었다. 돌아보면 그런 제한적인 환경이 있었기에 결과물을 봤을 때는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이 싫어서'가 처음 기획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보람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10월 4일 18시 상영을 시작으로 10월 5일 20시 CGV 센텀시티 3관, 10월 7일 9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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