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
김진원 감독 인터뷰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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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그냥 사랑하는 사이', '나의 나라' 등을 연출한 김진원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로 돌아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에 부담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많은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호불호는 있을 수밖에 없다.

김진원 감독은 남자 주인공인 안효섭의 충격적인 스타일링으로 시청자들의 관람을 주춤하게 했다. 시청자들과 '너의 시간 속으로' 거리를 넓힌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여러 시도 끝에 지금 안효섭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안효섭 /사진제공=넷플릭스
안효섭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게 만들어진 안효섭 스타일링에는 사연이 있다. 이는 1화부터 12화까지 봐야만 알 수 있다. 김진원 감독은 글로벌 시청자들이 '너의 시간 속으로' 12화까지 다 시청한 뒤 다시 1화로 돌아와 다시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알고 보면 더 여운이 남는다는 뜻이다. 시청자마다 기대하는 포인트가 다르지만, 결국엔 운명처럼 끌리게 될 '너의 시간 속으로'다.

9월 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역)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 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역)과 친구 인규(강훈 역)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9월 11일 기준 '너의 시간 속으로'는 대한민국 '오늘의 TOP 10'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8위, 40개국에서 '오늘의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원 감독은 "저는 SNS를 일절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의견이나 인사 연락이 많이 왔다. 국에서도 연락을 주셨다. 이게 넷플릭스의 힘인 건가 싶더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때 만난 재일 교포분이 계시는데 제게 '너 치고 잘 만들었더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전여빈 /사진제공=넷플릭스
전여빈 /사진제공=넷플릭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너의 시간 속으로'다. 특히나 '상견니'는 한국 내에서 일명 '상친자(상견니에 미친자)'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만큼 인기가 많다. 김진원 감독은 "대본 작업 중에 크게 바꾸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결대로 했다.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원작과 같아 보여도 안 될 것 같고, 원작하고 멀어지면 워낙 좋아했던 팬분들도 달라진 부분이 궁금하겠지만, 달라지면 좋아하실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원작과 같아지는 것도 경계하고 달라지는 부분도 조심해야 했다. 그 밸런스를 잡는 게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안효섭, 전여빈, 강훈에게 원작인 '상견니'를 보지 말라고 주문한 김진원 감독이다. 그는 "보통 작품을 준비할 때 레퍼런스를 찾게 되지 않나.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생각하는데, 저는 전혀 다른 작품들을 보는 편이다. 같은 결의 작품 보다는 우리 작품과 전혀 매칭이 안 될 것 같은 작품들을 보다가 저런 요소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걸 넣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은 오히려 배우들에게 선택받았다고. '너의 시간 속으로'가 공개된 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안효섭의 분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진원 감독은 "현장에서 안효섭 배우에게 '너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공개되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스타일링도 여러 번 테스트 했다. 머리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 여러 형태의 가발을 썼다. 40대 콘셉트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고단함이었다. 그 깊이감이 그에게 보여야 했다는 걸 주안점으로 뒀다. 여러 테스트를 했는데, 시헌이가 뭘 해도 댄디해 보이더라. 지쳐 보여야 하는데, 그래서 그 분장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이유도 있었다. 안효섭 배우가 1인 4역을 하게 된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1인 6역이다. 그러다 보니 비주얼적으로 확실하게 갈라놓고 차별점으로 보여지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40대 시헌의 비주얼에 대해 팬들의 기대치도 있는데, (그런 반응에 대해) 저도 얼마나 속상했겠나. 속상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원하는 이해도를 주기가 힘들 것 같았다. 우리의 고민이 많이 담겼다"라고 말했다.
강훈 /사진제공=넷플릭스
강훈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에게 안효섭의 분장이 시청자들을 백스텝 하게 한다는 반응이 있다고 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추노 분장도 해봤다. 그걸 보고 저는 안효섭 배우에게 '이걸 해도 멋있냐?'라고 했다. 약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뭘 해도 얘가 멋있게 보이더라. 그 모습 때문에 백스텝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봤으면 백스텝 할 수 있겠지만, 시헌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안효섭 배우의 얼굴에서 예쁨보다는 마음이 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진원 감독은 "저희 나름대로 결말을 만드는 게 어떻게 보면 리메이크 과정에서 꿈이지 않을까 싶다. 원작 그대로 결말을 간다고 하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인물들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느낌이다. 의외로 작가님이 엔딩 부문 초고를 써왔을 때 큰 이견이 없었다. 변화된 지점은 시헌의 직업과 디테일한 나이, 대사였다. 작가님이 써온 엔딩에 모두가 만족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원 감독은 "민주가 버스를 놓친 뒤 시헌을 만나고, 준희도 시헌을 만난다. 엔딩에서는 준희가 버스를 잡게 되지 않나. 그게 어떻게 보면 이들의 운명이 다시 이어지는 거다. 나름대로 이야기 완결성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만족한다. 준희가 시헌과 버스에서 마주치고 고개를 돌아본다. 이건 이상하고 무언가 마음속에 남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거다. 그때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나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생기는 감정의 트리거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헌과 준희가 바닷가에서 헤어질 때 '네가 어떤 시간에 있던 어떤 장소에 있든 상관없다. 우린 반드시 만날 거야, 내가 꼭 널 찾으러 갈 테니까'라는 부분이 결국은 운명적인 끌림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1화부터 12화까지 다 본 뒤 다시 1화로 돌아오는 N차 시청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보게 되면 앞부분을 보게 되새기게 되는 작품이다. 최대한 많은 분이 N차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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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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