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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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주님'과 '아멘'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복수에 혈안이 된 엄마 김경자(염혜란), 목사님 딸로 신실한 믿음이 있는 척하지만 밥보다 마약을 더 찾는 학폭 가해자 이사라(김히어라), 목소리 높혀 찬송가 부르고 성경을 묵상하지만 사람 목숨을 파리쯤으로 생각하는 구자운(지진희).

위 캐릭터들은 최근 공개돼 큰 인기를 누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핵심 등장인물로, 극 중에서 악랄한 빌런 역할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이 빌런들의 공통점은 기독교. 교회에 다니며 신앙을 가진 척하지만, 알고 보면 극악무도한 악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는 작품 속 빌런들에 기독교 종교색을 입히는 데 혈안이 된 듯하다. '요즘 빌런들은 다 교회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18일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스크걸'(감독 김용훈) 속 김경자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교회 집사로, 아들을 잃고서도 신앙으로 극복한 척하면서 교인들 앞에 간증하기도 한다. 용한 무당이 있다는 말에 "무슨 무당이야, 하나님이 보고 있어"라고 호통치면서도 한달음에 달려가 굿을 한다.

극 중 아들을 잃은 김경자는 기독교적 가치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다. 긴 세월 복수를 계획하고, 김모미의 딸 김미모를 나락에 빠트려 살해할 심산으로 스스로 심판자의 자리에 선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잔혹한 김경자는 말끝마다 '주님', '아버지', '아멘'을 찾는 모습으로 더욱 위선적이고, 소름 끼치게 그려진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활용해 캐릭터의 입체성을 더하는 장치를 입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극적 장치로 활용했다 보기에 '마스크걸'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극 중 상당수의 캐릭터에 기독교적 장치를 사용, 조롱하는 수준으로 소비하고 있다. 작품 전반에서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비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마스크걸'의 교도소장 오애자(이선희)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당신이 밖에서 어떤 행동을 했든 상관없다, 여기서 우리는 다 똑같은 주님의 자녀"라고 하지만 공직자로서 사명감은 발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또 주인공 김모미(고현정)는 "주님이 제게 말씀하셨고,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간증하지만, 김경자의 등장에 여지없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마스크걸'은 스토리의 얼개나 메시지 면에서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하고 진부한 클리셰가 범벅된 1차원적 전개란 지적이다. 게다가 유의미한 메시지 전달 없이 화제몰이할 자극적인 소재만 쫓아 만들었다는 평가다. 염혜란과 안재홍, 이한별 등 배우들의 열연이 선정성과 자극성에 이용돼 휘발돼 버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D.P.2'-'오징어 게임'-'수리남' 포스터/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글로리'-'D.P.2'-'오징어 게임'-'수리남' 포스터/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불편한 기독교 활용은 '마스크걸'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글로리'(감독 안길호)의 이사라는 목사님의 딸로 설정, 학교 폭력을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문동은(송혜교)에게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며 하나님을 운운한다. 'D.P.2'(감독 한준희)의 구자운 역시 신실한 신앙인으로 그려지지만, 군대의 문제를 은폐하고 자신의 성공과 명예 지키기에만 급급한 인물로 나온다.

이밖에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 에피소드에는 살기 위해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는 기독교인 244번 참가자를 비롯해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을 성폭행한 목회자 아버지를 둔 240번 참가자가 나온다. 또, '수리남'(감독 윤종빈)의 마약 카르텔 두목 전요환(황정민)은 한인교회 목사 설정이다.

이렇듯 한국의 대다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작품 속에서 기독교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기독교인을 악당으로 묘사하고, 기독교를 위선적으로 보는 프레임이 매 작품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종교에 대해 묘사하는 건 표현의 자유 영역일 수 있지만,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것 또한 종교 편향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슬람을 이렇게 표현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K-팝을 비롯해 K-콘텐츠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이 같은 기독교 악용법은 우려스럽다. 한국 제작 작품들이 그 중심이라는 것은 자칫 기독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종교 편향 문제는 콘텐츠 확장성에도 부정적이다. 지금의 넷플릭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한국 제작 행태는 선을 넘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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