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타이밍 놓쳐"…슈퍼주니어는 어떻게 '장수돌'이 됐나  [TEN스타필드]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아이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가요계를 흔든 서태지와 아이들도 1992년 데뷔고 원조 아이돌이라 H.O.T.도 1996년에 데뷔했으니 'K-아이돌 역사'는 30년 정도인 셈이다. 한류 열풍, K팝의 세계화까지 많은 아이돌이 스러졌고 아이돌 시스템, 소속사와 가수 간의 노예 계약 등 여러 문제가 터지고 고쳐졌다. 그렇게 단계를 거친 아이돌은 4세대까지 이어졌다.

단 한 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자리를 지킨 팀에게 '장수돌'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1세대 아이돌이 뿔뿔이 흩어졌던 과거 신화는 멤버의 탈퇴와 영입 없이 원년 멤버 그대로 20년을 넘게 함께 했다. '신화'라는 상표권을 갖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고 승리하면서 신화를 지켜내 아이돌 내 상징적 존재가 됐다.

원조 장수돌인 신화를 이어 여러 팀이 장수돌 계보를 이어받았다. 연예인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정하는 표준계약서가 마련된 뒤 생긴 '마의 7년'을 넘기면 자연스럽게 장수돌 카테고리에 들어왔다.

장수돌은 말 그대로 오래 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팀의 이름만 지키고 있다고 해서 장수돌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몇 년간 앨범을 내지 않더라도 해체하지 않으면 장수돌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손절 타이밍 놓쳐"…슈퍼주니어는 어떻게 '장수돌'이 됐나  [TEN스타필드]
원조 장수돌인 신화의 마지막 앨범은 2018년 8월, 공연은 2019년이다. 2세대 대표 장수돌 걸그룹인 소녀시대도 지난해 데뷔 15주년 앨범을 내긴 했지만, 무려 5년 만에 낸 신보였다. 따로 또 같이 행보를 보여주며 후배 아이돌에 귀감이 되긴 했지만 이름만 지키고 이벤트성으로 한 번씩 앨범은 팬들의 갈증만 키울 뿐이었다.

장수돌은 그저 나이(연차)만 많은 팀이 아니라 여러 위기에서도 살아남아 오래 '활동'하고 있는 팀이다 아닐까.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은 슈퍼주니어다. 2005년 데뷔해 올해 18년차가 된 슈퍼주니어는 멤버의 탈퇴와 퇴출, 활동 배제 등 여러 이슈가 있긴 했지만 남다른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팀. 멤버 전원이 18년째 그대로 SM엔터테인먼트에 머물고 있는 것도 특별하다.

12인조로 데뷔한 슈퍼주니어는 막내 규현의 합류로 13인조로 활동했다. 하지만 중국인멤버 한경의 탈주, 기범의 탈퇴오 멤버가 한 차례 축소됐다. 이어 강인이 폭력과 음주운전과 뺑소니, 여자친구 폭행 등 논란으로 2019년 팀을 탈퇴했고 성민은 결혼 과정에서 팬을 기만해 활동을 배제당했다. 현재 슈퍼주니어는 9인(희철·이특·예성·동해·은혁·신동·시원·규현·려욱)으로 활동하고 있다.

슈퍼주니어는 공백이 길지 않았다. 최대 공백이 2년.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해도 빈틈이 생기지 않았고 팬들의 기다림이 길지 않도록 꾸준히 앨범을 냈다. 예능 활동은 필수, 솔로 앨범과 연기 활동은 선택이라 다양한 매체에서 슈퍼주니어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슈퍼주니어가 낸 정규 앨범은 11개, 노래는 594곡이다.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슈퍼쇼'는 2008년부터 30개가 넘는 도시에서 150회 이상 공연해 200만 누적 관객을 동원했다.
"손절 타이밍 놓쳐"…슈퍼주니어는 어떻게 '장수돌'이 됐나  [TEN스타필드]
"손절 타이밍 놓쳐"…슈퍼주니어는 어떻게 '장수돌'이 됐나  [TEN스타필드]
이특은 "선배들은 5년 주기였다. 15년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예성은 "할 생각이 없었다라기 보다는 그때까지를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특은 "그리고 그 당시에는 앨범이 잘 안되면 그냥 팀이 없어졌다"고 했다. 신동도 "평생 함께 하자고 하지만 속으로는 '우리 5년 가면 많이 하는 거지'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은 평생 함께 해야지. 끝났다 이제"라고 밝혔다.
"손절 타이밍 놓쳐"…슈퍼주니어는 어떻게 '장수돌'이 됐나  [TEN스타필드]
이특은 "저희가 너무 오래 있어서 친구가 없다. 얘네밖에 없어 난. 이제 손절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규현은 "사라진다기 보다는 범죄만 아니면 사라질 이유는 없지 않을까"라고 했고, 이특은 "범법 행위만 하지맙시다"라고 강조했다.

슈퍼주니어도 100% 완벽한 장수돌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많은 우여곡절 끝에 팀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팀은 틀림없다. 멤버 간의 유대, 팬과의 끈끈함으로 고난을 이겨낸 슈퍼주니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손절 타이밍을 놓쳤다곤 하나 장수돌의 정석을 쓴 슈퍼주니어다.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롱런 하고 싶다면 슈퍼주니어를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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