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임지연, '더 글로리'로 씻어버린 연기력 논란
분노 자아내는 악행+섬뜩한 얼굴
데뷔 초 파격 노출 연기로 유명세
'더 글로리', 꼬리표 같았던 '노출 연기' 뛰어넘는 계기
배우 임지연.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임지연.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악역에 첫 도전한 임지연의 이야기다. 데뷔 초 파격적 베드신 이후 '노출 연기'라는 수식어로 기억되기도 했지만 이번 '더 글로리'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더 글로리'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넷플릭스 TOP 10 TV 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시청 시간은 8248만 시간을 넘어섰다. 공개 첫 주에는 2541만 시간을 기록했다. 이로써 총 1억 시청 시간을 넘겼다.

'더 글로리'의 흥행에 주인공 송혜교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임지연에게는 첫 악역을 소름끼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은 과거 문동은(송혜교 분)을 지독하게 괴롭힌 학교 폭력의 주동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박연진은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악행 자체를 즐기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임지연이 보여준 극강의 악역 연기는 시청자를 분노하게 한다. 문동은이 복수를 시작하며 박연진이 가진 것들을 뺏고 무너뜨리려 할 때 일그러지는 임지연의 얼굴은 섬뜩할 정도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임지연은 데뷔 초 '인간중독', '간신' 등 19금 영화로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인 뒤 '연기'보다 '노출'이 대중의 오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또한 섬세한 감정 연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어둡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임지연은 '상류사회'로 밝고 당찬 '캔디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연기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기 했지만 극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드라마 '웰컴2라이프',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등에선 헤어스타일을 바꿔 외적으로 변화를 줬다. 형사를 연기한 '웰컴2라이프'에서는 숏컷을, 강도단을 돕는 용병 을 연기한 '종이의 집'에서는 처피뱅 앞머리로 중성적이고 강렬한 매력을 내뿜었다.

'더 글로리'로 연기력 논란을 벗어버린 임지연. 그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살펴봤다. '인간중독'(2014)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인간중독' 포스터. / 사진제공=
'인간중독' 포스터. / 사진제공=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멜로를 그린다. 임지연은 치명적 매력을 지닌 부하의 아내 종가흔 역을 맡았다.

임지연은 이 영화에서 베트남전의 영웅이자 엘리트 군인 김진평 역의 송승헌과 베드신을 선보였다. 당시 임지연은 과감한 전라 연기와 농도 짙은 베드신 연기라는 신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세밀한 연기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한편, 청순한 외모에 관능적인 분위기가 불륜이라는 소재 특유의 긴장감 흐르는 분위기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임지연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지만 노출 연기를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상류사회'(2015) | 웨이브
'상류사회' 포스터. / 사진제공=SBS
'상류사회' 포스터. / 사진제공=SBS
'상류사회'는 재벌가 딸과 개천용이 되고 싶은 평범한 남자의 로맨스. 불평등한 계급적 모순을 묘사하며 이전의 재벌 로맨스를 비틀었다. 임지연은 고졸로, 유민그룹 백화점 내 푸드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지이 역을 맡았다. 백화점 푸드마켓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장윤하(유이 분)가 재벌 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절친하게 지내고 있다. 진상 손님에게 굴욕을 당하는 장면에서 을의 입장을 보여주며 씁쓸함을 자아냈다.

임지연은 가난하지만 당찬 캐릭터로 호감을 샀다. 통통 튀고 애교 섞인 표정과 말투, 비타민 같은 상큼한 매력은 단순히 노출 연기로만 기억되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상류사회'에서는 자신을 좋아하는 유창수(박형식 분)가 재벌가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구애를 거절하지만, 결국 교제하게 된다. 창수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둘은 결혼에 성공한다. 둘의 사랑스러운 연애 장면이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2022) | 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영상 캡처
사진=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영상 캡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파트2는 완벽하다고 여긴 계획으로 조폐국을 탈취한 강도단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로 균열이 생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교수(유지태 분)은 조폐국 밖에서 강도단을 돕는 용병들의 리더 서울(임지연 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파트2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임지연이 맡은 서울 역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원작에서 있었던 캐릭터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파트1의 흥행 실패로 파트2까지 많은 시청자를 유입시키긴 어려웠지만 임지연은 시니컬한 분위기와 화려한 액션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였다.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종이의 집' 속 임지연의 연기 장면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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