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골때녀' 폐지 아닌 쇄신
조작 꼬리표 떼어낼 수 있나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골때녀' 폐지 아닌 쇄신
조작 꼬리표 떼어낼 수 있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제작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환골탈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반성과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방송국 전체를 둘러싼 불신을 어떻게 걷어낼지 의문이다.
SBS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골때녀'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오는 29일 방송분은 결방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SBS는 "'골때녀'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음을 잊지 않겠다. 여자 축구를 향한 출연진의 진심을 잊지 않겠다. 2022년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 시청자 여러분께 돌아오겠다"며 "'골때녀'에 출연한 선수, 감독 및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문은 '골때녀'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뒤 내놓은 세 번째 공식입장이다. 4일간 3차례에 거쳐 상황을 수습하고 고개를 숙였다. 방영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골때녀'를 살려내려는 SBS의 눈물 겨운 노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골때녀'는 2021년 SBS의 최대 수확으로 평가된다. 연초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평일 저녁시간대에 정규 편성 뒤 두자리수 시청률을 넘보는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지난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8관왕에 오르며 주요 수상 부문을 싹쓸이했다.
'골때녀'는 내년에도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등과 함께 SBS 예능을 이끌어갈 프로그램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한해 SBS는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의 실패를 맛봤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떠나보냈기에 '골때녀'를 쉽사리 놓칠 수 없다.
하지만 '골때녀'의 편집 조작은 프로그램 존폐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 '축구에 대한 진정성'이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여자축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골때녀'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스포츠 경기로 보고 있다. 여성 연예인들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몰입하고, 승패에 희비가 교차하는 이들를 보고 웃고 울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그렇기에 편집 조작은 열띤 응원 열기에 찬물을 쏟아부은 격이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과 극적인 결과를 연출하기 위해 결과가 아닌 순서를 조작했다는 해명도 사태 수습에 도움되지 않은 이유다. 최근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마저 결과만큼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었다. '골때녀'의 정체성은 물론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한 결과만 낳았다. 결국 SBS는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폐지가 아닌 쇄신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진심으로 축구에 임하고 있는 출연진을 봐서라도 폐지가 아닌 제작진 전면 교체가 적절한 대처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방송사가 시청자와 출연진에게 잃은 신뢰를 완전히 되돌리진 못했다. SBS는 이번 사태를 일부 제작자의 안일한 판단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취급하기엔 비슷한 전력이 많다. 과거 SBS는 '패밀리가 떴다'의 낚시 조작 의혹, '정글의 법칙'의 가짜 원시족 등 방송 조작으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 방송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건 구성원 몇몇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란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애석하게도 '골때녀' 출연진 또한 방송사에 대한 믿음을 잃은 모양이다. 이번 사태가 애먼 출연자들에게 불똥이 튀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몇몇은 직접 해명에 나서야만 했다. 특히 경기 중계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배성재는 현재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 중인 만큼 생업은 물론, 지난 커리어까지 무너질 위기에 놓일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프로그램이 재개된 만큼 구성원들이 입은 상처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도 방송사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SBS는 또다시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떠안게 됐다. 익숙한 상황이지만 스포츠 예능 '골때녀'가 이러한 오명을 썼다는 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다. 방송사 전체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에서 먼저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제작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환골탈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반성과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방송국 전체를 둘러싼 불신을 어떻게 걷어낼지 의문이다.
SBS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골때녀'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오는 29일 방송분은 결방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SBS는 "'골때녀'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음을 잊지 않겠다. 여자 축구를 향한 출연진의 진심을 잊지 않겠다. 2022년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 시청자 여러분께 돌아오겠다"며 "'골때녀'에 출연한 선수, 감독 및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문은 '골때녀'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뒤 내놓은 세 번째 공식입장이다. 4일간 3차례에 거쳐 상황을 수습하고 고개를 숙였다. 방영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골때녀'를 살려내려는 SBS의 눈물 겨운 노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골때녀'는 2021년 SBS의 최대 수확으로 평가된다. 연초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평일 저녁시간대에 정규 편성 뒤 두자리수 시청률을 넘보는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지난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8관왕에 오르며 주요 수상 부문을 싹쓸이했다.
'골때녀'는 내년에도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등과 함께 SBS 예능을 이끌어갈 프로그램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한해 SBS는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의 실패를 맛봤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떠나보냈기에 '골때녀'를 쉽사리 놓칠 수 없다.
하지만 '골때녀'의 편집 조작은 프로그램 존폐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 '축구에 대한 진정성'이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여자축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골때녀'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스포츠 경기로 보고 있다. 여성 연예인들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몰입하고, 승패에 희비가 교차하는 이들를 보고 웃고 울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그렇기에 편집 조작은 열띤 응원 열기에 찬물을 쏟아부은 격이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과 극적인 결과를 연출하기 위해 결과가 아닌 순서를 조작했다는 해명도 사태 수습에 도움되지 않은 이유다. 최근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마저 결과만큼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었다. '골때녀'의 정체성은 물론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한 결과만 낳았다. 결국 SBS는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폐지가 아닌 쇄신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진심으로 축구에 임하고 있는 출연진을 봐서라도 폐지가 아닌 제작진 전면 교체가 적절한 대처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방송사가 시청자와 출연진에게 잃은 신뢰를 완전히 되돌리진 못했다. SBS는 이번 사태를 일부 제작자의 안일한 판단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취급하기엔 비슷한 전력이 많다. 과거 SBS는 '패밀리가 떴다'의 낚시 조작 의혹, '정글의 법칙'의 가짜 원시족 등 방송 조작으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 방송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건 구성원 몇몇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란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애석하게도 '골때녀' 출연진 또한 방송사에 대한 믿음을 잃은 모양이다. 이번 사태가 애먼 출연자들에게 불똥이 튀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몇몇은 직접 해명에 나서야만 했다. 특히 경기 중계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배성재는 현재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 중인 만큼 생업은 물론, 지난 커리어까지 무너질 위기에 놓일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프로그램이 재개된 만큼 구성원들이 입은 상처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도 방송사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SBS는 또다시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떠안게 됐다. 익숙한 상황이지만 스포츠 예능 '골때녀'가 이러한 오명을 썼다는 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다. 방송사 전체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에서 먼저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