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스릴러 '미드나이트'서 청각장애인役
"수어학원 다니며 농인들의 표현법 익혀"
"죽기 살기로 찍은 추격신, 아프면 무릎이 쑤셔"
"일상 속 감각·경험 기억하며 연기에 활용"
"수어학원 다니며 농인들의 표현법 익혀"
"죽기 살기로 찍은 추격신, 아프면 무릎이 쑤셔"
"일상 속 감각·경험 기억하며 연기에 활용"
"'제 말을 한번만 들어주세요'라는 청각장애인 주인공의 모습에, 제 영화이고 제 연기인데도 펑펑 울었어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잘 담긴 장면 같아서 감동 받았죠."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는 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추격 스릴러 '미드나이트'에서 농인 경미 역을 연기한 배우 진기주는 이 장면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았다고 했다. '미드나이트'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불리한 상황의 경미가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에게 쫓기면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들이 긴장감을 높이는 작품이다. 진기주에게는 급박한 상황에서 청인들과의 빠른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농인 경미의 답답함을 실감나게 표현해내는 게 중요했다.
"청각장애인들의 커뮤니티센터나 농인특수학교 등을 찾아 청각장애인들의 표현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혹여나 제가 불편함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어요. 다행히 수어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청각장애인들의 표현 방법에 대해 충분히 익힐 수 있었죠."
오감을 이용해 생생한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배우로서 소리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진기주는 영화를 준비하며 청각을 차단하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귀가 예민한 편이라 평소에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잘 반응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하며 첫 번째 과제는 다른 배우들의 음성적 표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었죠. 그래서 소리가 없는 세상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제 모습이 저도 신기했죠." 추격신이 많았던 탓에 배우들은 이번 영화에 '연골나이트'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극 중 경미는 급히 도망치다 양말만 신은 채 경사진 도심 주택가 골목을 밤새 뛰어다닌다. 진기주는 "죽기 살기로 달렸다"며 "몸이 피곤하면 신체 중 각자에게 특히 약한 부분이 아파오지 않나. 저는 무릎이 쑤시는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달리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신체적 특성 상 여자가 남자보다 빨리 달리기 어려운데, 경미가 도식에게 잡힐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뒤에서 달려오는 도식을 인식하고 그 상황에 몰입하니 저도 모르게 전력질주하게 됐어요. 제 평생 달리기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가 나왔죠. 하하. 앞으로도 그렇게 빨리는 못 달릴 것 같아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오! 삼광빌라'에서 사랑스럽고 활발한 매력을 선보인 진기주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드러냈다.
"'그래도 내가 점점 연기를 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현장에 가면 긴장해서 잔뜩 얼어있었거든요. 지금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해볼 때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고 현장에서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요. 예전엔 대본을 읽으며 메모해둔 것들을 촬영 때 복기하며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경직돼 있었죠. 지금은 그 상황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제 표현의 능력치를 더 채우고 키우고 싶어요. 이건 아무래도 현장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면서 세월이 쌓여가야 이룰 수 있겠죠. 지금은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생활 속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해두려고 애쓰고 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는 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추격 스릴러 '미드나이트'에서 농인 경미 역을 연기한 배우 진기주는 이 장면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았다고 했다. '미드나이트'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불리한 상황의 경미가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에게 쫓기면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들이 긴장감을 높이는 작품이다. 진기주에게는 급박한 상황에서 청인들과의 빠른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농인 경미의 답답함을 실감나게 표현해내는 게 중요했다.
"청각장애인들의 커뮤니티센터나 농인특수학교 등을 찾아 청각장애인들의 표현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혹여나 제가 불편함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어요. 다행히 수어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청각장애인들의 표현 방법에 대해 충분히 익힐 수 있었죠."
오감을 이용해 생생한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배우로서 소리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진기주는 영화를 준비하며 청각을 차단하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귀가 예민한 편이라 평소에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잘 반응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하며 첫 번째 과제는 다른 배우들의 음성적 표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었죠. 그래서 소리가 없는 세상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제 모습이 저도 신기했죠." 추격신이 많았던 탓에 배우들은 이번 영화에 '연골나이트'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극 중 경미는 급히 도망치다 양말만 신은 채 경사진 도심 주택가 골목을 밤새 뛰어다닌다. 진기주는 "죽기 살기로 달렸다"며 "몸이 피곤하면 신체 중 각자에게 특히 약한 부분이 아파오지 않나. 저는 무릎이 쑤시는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달리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신체적 특성 상 여자가 남자보다 빨리 달리기 어려운데, 경미가 도식에게 잡힐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뒤에서 달려오는 도식을 인식하고 그 상황에 몰입하니 저도 모르게 전력질주하게 됐어요. 제 평생 달리기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가 나왔죠. 하하. 앞으로도 그렇게 빨리는 못 달릴 것 같아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오! 삼광빌라'에서 사랑스럽고 활발한 매력을 선보인 진기주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드러냈다.
"'그래도 내가 점점 연기를 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현장에 가면 긴장해서 잔뜩 얼어있었거든요. 지금은 캐릭터에 대해 연구해볼 때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고 현장에서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요. 예전엔 대본을 읽으며 메모해둔 것들을 촬영 때 복기하며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경직돼 있었죠. 지금은 그 상황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제 표현의 능력치를 더 채우고 키우고 싶어요. 이건 아무래도 현장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면서 세월이 쌓여가야 이룰 수 있겠죠. 지금은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생활 속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해두려고 애쓰고 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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