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나얼·신하균 차례로 만난 유재석
의외의 토크 케미, 유느님이기에
나얼, 신하균을 만난 유재석/ 사진=MBC, tvN 캡처
나얼, 신하균을 만난 유재석/ 사진=MBC, tvN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유느님, '난이도 최상' 나얼에 신하균까지 입 열게 하는 당신의 능력의 끝은 어디?

방송인 유재석이 또 다른 마법을 부리고 있다. 도통 입을 열지 않던 연예인들도 그와 만나면 물 만난 고기처럼 수다를 떤다. 자신이 최고의 MC라고 불리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했다.

유재석은 최근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나얼과 배우 신하균을 차례로 만났다. 연예계에서 말주변 없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라 출연 소식부터 많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자아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나얼과 신하균은 유재석과 '토크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기대 이상의 입담을 뽐냈다.

특히 나얼은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베일에 감춰진 인물이었다. 약 20년간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유재석도 데뷔 30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은둔형 외톨이' 같은 성향을 가진 나얼은 몇 차례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맡은 적 있으나 아무런 멘트 없이 노래만 트는 경우가 잦았다. 노출이 거의 없는 연예인이기에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소속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공연장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도 조용한 성격은 다름 없었다. 나얼이 어쩌다가 한 번씩 멘트를 길게 할 때면 다른 멤버들도 깜짝 놀라 "오늘 나얼의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놀면 뭐하니?' 속 나얼과 유재석의 만남/ 사진=MBC 캡처
'놀면 뭐하니?' 속 나얼과 유재석의 만남/ 사진=MBC 캡처
그런 그가 침묵을 깨고 지난 19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신인 남성보컬그룹 MSG워너비의 신곡 프로듀서 역할이었다. 자신이 작곡한 '나를 아는 사람'을 녹음하기 위한 짧은 출연이었음에도 팬들 사이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많은 이가 예상한대로 나얼은 대부분 곡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하지만 방송 말미 유재석이 등장하자 숨어있던 그의 예능감이 고개를 들었다.

유재석은 나얼을 보자마자 "얼이형"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묘금도 유'씨라는 공통점을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나얼과 유재석은 또 도봉구, 성북구 출신이라는 비슷한 접점에 기뻐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TV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지 못했다는 나얼이 주말드라마 광팬이라는 의외의 취향도 밝혀냈다. 이후 분위기에 적응한 나얼은 유재석이 전시 중인 작품의 가격을 묻자 "잘 맞춰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유재석은 "얼이형이 이야기가 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재석은 '가장 인터뷰하기 어려운 연예인'으로 꼽히는 신하균의 숨은 입담도 막힘 없이 끌어냈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서다.

이날 방송은 '예능신' 유재석과 '하균신' 신하균의 인터뷰 대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신하균은 주로 단답형으로 답하는 배우로 알려져 인터뷰 난이도 최상으로 꼽혀왔다. 그가 최고의 MC 유재석과 토크쇼에서 만나는 장면에 많은 이목을 쏠린 것.

그의 단답은 방송 초반부터 이어졌다. 신하균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무서울 것 같다"고 짧게 말했고,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밥 먹어", 나에게 유퀴즈란 "오늘 출연한 프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다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유재석의 난관이 예상됐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갔다. 유재석은 억지로 신하균의 이야기를 끌어내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엉뚱한 답변도 특유의 리액션으로 화답해 신하균만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유재석은 팬심을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인 이야기엔 호통을 치는 등 완급조절도 탁월했다. "균며든다"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유 퀴즈' 신하균 편/ 사진= tvN 캡처
'유 퀴즈' 신하균 편/ 사진= tvN 캡처
앞선 나얼과 신하균과의 만남을 통해 유재석은 MC로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널리 알렸다. '해피투게더', '놀러와' 등 수년간 토크쇼를 이끌어온 유재석의 최대 강점은 들을 줄 아는 MC라는 것이다. 이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냈고, 그간 듣기 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게 했다. 그렇다고 유재석은 듣기만 하지 않는다. MC로서 개입이 필요할 때는 깔끔한 진행과 유려한 말솜씨로 단번에 상황을 정리한다.

최근에는 '유 퀴즈'를 통해 일반인 게스트들의 매력도 단 기간에 끌어낼 정도로 진행 능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나얼과 신하균도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진행자가 있기에 꺼려하던 방송 출연을 과감하게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유재석은 '유느님'이라는 찬사에 점점 더 어울리는 방송이 돼가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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