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사과한 '라켓소년단'에
인도네시아 시청자 항의 계속
"국제적 망신" 비판 나오는 이유
인도네시아 시청자 항의 계속
"국제적 망신" 비판 나오는 이유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일요일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SBS 초유의 '댓글 사과', 인도네시아 팬 우습게 만든 자책골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을 향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작진의 성의 없는 사과가 오히려 화를 부추긴 모양새다.
앞서 '라켓소년단'은 지난 14일 방영한 5회를 통해 한세윤(이재인 분)이 악조건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그렸다.
극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코치진은 한세윤을 향한 홈 팀의 텃세 때문에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밤을 보내게 된 선수들을 걱정했다. 팽 감독(안내상 분)은 "숙소 컨디션이 엉망이다. 자기들은 본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고 한다"며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기고 싶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기 중에는 홈 관중들이 한세윤의 실수에 환호하자 감독과 코치가 "공격 실패할 때 환호는 X매너 아니냐", "매너가 있으면 야유를 하겠냐"며 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세윤은 우승을 차지하지만 홈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은 SBS의 각종 공식 SNS 채널에 항의 댓글을 남겼다. 많은 누리꾼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인도네시아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라켓소년단'과 관련되지 않은 게시물에도 SBS의 사과를 촉구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라켓소년단' 제작진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을 통해 "특정 국가나 선수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한 장면에 대해 사과한다. 다음 회부터 더 꼼꼼하게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댓글 사과'는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부족했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왔다. 해당 논란이 발생한 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SB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엔 항의성 댓글과 보이콧 선언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SBS는 추가로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텐아시아에 "앞서 댓글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기 때문에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라켓소년단' 속 인도네시아 원정 경기 묘사 장면이 인종차별이냐는 쟁점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 하지만 SBS는 분명히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잘못을 알려 진정성 어린 사과를 건네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SBS의 대처 방식은 깊은 문제 의식도, 진정성 있는 사과도 전하지 못했다. 초유의 '댓글 사과'는 분노하고 있는 해외 팬들을 도리어 우습게 만든 꼴이다.
진정성 없는 사과가 논란을 진압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결과다. K드라마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SBS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 팬들의 실망 섞인 반응을 보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온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SBS는 최근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을 통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극 중 알렉스 리(박은석 분)가 레게머리, 문신, 특이한 말투 등으로 흑인을 모욕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때도 방송사가 아닌 출연 배우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고 사과했다.
SBS는 거듭된 논란에 계속해서 한발짝 빠져나가려는 모양새다. 드라마 방영으로 큰 수익을 얻는 방송사라기에는 무책임한 행태다. K드라마는 전세계적으로 노출되는 콘텐츠인 만큼 글로벌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글로벌 팬들과의 '불통'은 현시대의 콘텐츠 제작자로서 직무유기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일요일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SBS 초유의 '댓글 사과', 인도네시아 팬 우습게 만든 자책골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을 향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작진의 성의 없는 사과가 오히려 화를 부추긴 모양새다.
앞서 '라켓소년단'은 지난 14일 방영한 5회를 통해 한세윤(이재인 분)이 악조건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그렸다.
극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코치진은 한세윤을 향한 홈 팀의 텃세 때문에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밤을 보내게 된 선수들을 걱정했다. 팽 감독(안내상 분)은 "숙소 컨디션이 엉망이다. 자기들은 본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고 한다"며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기고 싶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기 중에는 홈 관중들이 한세윤의 실수에 환호하자 감독과 코치가 "공격 실패할 때 환호는 X매너 아니냐", "매너가 있으면 야유를 하겠냐"며 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세윤은 우승을 차지하지만 홈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은 SBS의 각종 공식 SNS 채널에 항의 댓글을 남겼다. 많은 누리꾼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인도네시아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라켓소년단'과 관련되지 않은 게시물에도 SBS의 사과를 촉구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라켓소년단' 제작진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을 통해 "특정 국가나 선수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한 장면에 대해 사과한다. 다음 회부터 더 꼼꼼하게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댓글 사과'는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부족했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왔다. 해당 논란이 발생한 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SB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엔 항의성 댓글과 보이콧 선언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SBS는 추가로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텐아시아에 "앞서 댓글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기 때문에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라켓소년단' 속 인도네시아 원정 경기 묘사 장면이 인종차별이냐는 쟁점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 하지만 SBS는 분명히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잘못을 알려 진정성 어린 사과를 건네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SBS의 대처 방식은 깊은 문제 의식도, 진정성 있는 사과도 전하지 못했다. 초유의 '댓글 사과'는 분노하고 있는 해외 팬들을 도리어 우습게 만든 꼴이다.
진정성 없는 사과가 논란을 진압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결과다. K드라마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SBS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 팬들의 실망 섞인 반응을 보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온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SBS는 최근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을 통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극 중 알렉스 리(박은석 분)가 레게머리, 문신, 특이한 말투 등으로 흑인을 모욕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때도 방송사가 아닌 출연 배우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고 사과했다.
SBS는 거듭된 논란에 계속해서 한발짝 빠져나가려는 모양새다. 드라마 방영으로 큰 수익을 얻는 방송사라기에는 무책임한 행태다. K드라마는 전세계적으로 노출되는 콘텐츠인 만큼 글로벌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글로벌 팬들과의 '불통'은 현시대의 콘텐츠 제작자로서 직무유기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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