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주, tvN '오마베'서 육아지 광고팀 신입사원 최강으뜸 役
해맑은 매력부터 애틋한 짝사랑까지 섬세하게 표현
"엄마의 노고 깨닫는 계기 됐어요"
tvN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서 육아지 '더 베이비' 광고팀 신입사원 최강으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건주. /이승현 기자 lsh87@
tvN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서 육아지 '더 베이비' 광고팀 신입사원 최강으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건주. /이승현 기자 lsh87@
"올해 2월 초에 시작해서 6월 말에 촬영을 마쳤어요. 제가 연기한 최강으뜸은 편견이나 색안경이 없는 캐릭터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놓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사이다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이나마 통쾌함을 느꼈다면 만족할 거 같습니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에 출연한 배우 정건주가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오마베’는 결혼은 건너뛰고 아이만 낳고 싶은 육아지 기자 장하리(장나라 분)와 뒤늦게 그의 눈에 포착된 세 남자의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정건주는 극 중 육아지 '더 베이비' 광고팀 신입사원 최강으뜸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순수한 듯 해맑은 매력으로 신입사원의 패기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이어 장나라를 향한 애틋한 짝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2017년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정건주는 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 ‘WHY: 당신이 연인에게 차인 진짜 이유’, ‘최고의 엔딩’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특히 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오마베'에 출연하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정건주는 "내 이미지가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잘 맞았는지, 감독님께서 먼저 만나고 싶다고 연락했다"면서 "난임, 비혼 등 다소 예민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강으뜸은 눈치가 없어서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하면 귀엽게 보일 수 있을지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짝사랑을 하게 된 정건주. 그는 "웹드라마를 찍을 때부터 짠 내 나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며 "이제는 짠 내가 나지 않으면 심심하다. 언젠가 사랑을 이루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엘리베이터 장면(1회)은 제가 봐도 정말 눈치가 없다고 느꼈죠. 초반에는 캐릭터가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 장면을 극적으로 갔던 거 같아요.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악플이 덜 달릴까 싶었죠.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정건주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KBS 2TV '개는 훌륭하다'를 꼽았다. /이승현 기자 lsh87@
정건주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KBS 2TV '개는 훌륭하다'를 꼽았다. /이승현 기자 lsh87@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땠을까. 정건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싱크로율이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과묵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이 많이 웃고 즐기면서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50% 정도 닮은 것 같다. 역할에 빠져들면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정건주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캐릭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극 중 최강으뜸은 지나치게 순수한 인물이라 주위 동료들에게 눈치가 없다는 핀잔을 듣는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구축하기 힘들었다. 간접 경험은 물론 참고할 만한 캐릭터도 없었다"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찍을 때는 10, 20대가 많이 좋아해 줬는데 '오마베'는 친척들이 많이 좋아해 줬어요. 부모님도 너무 잘 보고 있다고 그랬죠. 확실히 20대~50대분들이 재밌게 봐준 것 같더라고요."

정건주는 극 중 장하리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귀여운 순애보를 완성했다. 특히 장하리에 고백을 앞둔 상황에서 한이상(고준 분)과의 연인 사실을 알게 된 장면은 안방극장에 깊은 탄식을 불러일으켰다.

정건주는 "사람이 엄청나게 큰 사건을 마주하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극 중 음식점에서 장하리와 한이상을 맞닥뜨렸을 때 머리가 띵했다"면서 "그때는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러고 나서 장하리에 주려고 했던 반지를 보는데 슬픈 감정이 몰려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오 마이 베이비' 현장 스틸컷. /사진제공=tvN
'오 마이 베이비' 현장 스틸컷. /사진제공=tvN
정건주는 극 중 최효주(박수영 분)와 티격태격 케미를 발산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최효주의 짝사랑을 눈치채지 못한 채 끝없이 철벽을 치는 등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박수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건주는 "현장에서 너무 재밌게 찍을 만큼 호흡이 좋았다"면서 "박수영은 가지고 있는 게 정말 많은 배우다. 옆에서 많이 이끌어준 덕에 장면이 잘 나왔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최강으뜸은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에 적극적이죠. 제가 최강으뜸이었다면 그렇게 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죠. 제가 한 말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을까 봐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만약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간다면 한이상처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하"

극 중 최강으뜸은 장하리와 최효주의 사이에서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하고 끝난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정건주는 "장하리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그러나 최효주와는 열린 결말로 끝난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면서 "최효주와 잘 되면 캐릭터의 설정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결말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정건주는 넷플릭스 '킹덤'과 같은 사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정건주는 넷플릭스 '킹덤'과 같은 사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정건주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장하리의 자궁내막증 판정'(2회)을 꼽았다. 그는 "장하리가 자궁내막증 판정을 받은 후 공원에서 우는 장면이 있다"면서 "'역시 장나라는 장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또 장하리가 엄마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고 정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닐까 싶더라"라며 감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엄마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정건주. 그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지 절실히 느꼈다"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엄마한테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든 같이 나눠서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정자 기증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지 몰랐다. 이번 작품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장하리처럼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히 바라거나 인생에 전부일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치유됐다면 뿌듯하고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베'는 지난 2일 2%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저조했던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정건주는 "아쉽긴 하다. 하지만 시청률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며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현장에서도 다들 으쌰으쌰 하면서 잘 마무리했다"며 웃었다.

"'오마베'는 정말 아쉬운 작품 중의 하나예요. 현장도 너무 재밌었고 배우들의 케미도 좋았죠. 살면서 죽을 때까지 이 정도로 유쾌하게 놀듯이 연기할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앞으로 어떤 작품에 들어가도 녹아드는 배우가 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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