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팬 카페에서 제가 귀엽다는 글을 많이 봤어요. 근데 저는 이제 열여덟 살이니까 귀여운 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거든요. 하하. 그 분들을 살짝 만나서 저는 원래 이런 애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에잇, 그냥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도대체 뭐가 귀엽다는 거지? (웃음)” 아직 팬 미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8년 동안 화면 속에서 살고 있는 열여덟 이다윗이 말한다.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으헤헤헤- 구김살 없이 웃어보이다가 소파에 기대며 손사래를 쳤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팬 미팅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온 몸으로 ‘난 절대 귀엽지 않아요’라고 부정하는 모습부터가 이미 귀엽다는 사실을.

“저는 진짜 B형 남자예요”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포미닛의 ‘I My Me Mine’의 후렴구 ‘Click! Click! Click!’은 목청껏 따라 불러도 현아의 ‘Bubble Pop!’ 만큼은 “따라하는 게 아니라 눈에 간직하는 노래”라고 콕 집어 표현하는 모습이나, “제가 왜 진짜 B형 남자냐면요, 어떤 거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올인하는데 다른 게 눈에 들어오면 바로 그걸로 바꿔요. 그러니까 B형 남자의 바람둥이 기질? 그런 게 있어요”라고 말하는 모습 역시 귀엽고 엉뚱한 남고생이다. 그러나 화면 속 이다윗은 늘 또래들이 경험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다. 영화 의 소년병 남성식은 무작정 전쟁터에 끌려왔고, 영화 의 어린 남이는 아버지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연기할 때만큼은 겁 없는 사람이 되는 이다윗은 초등학교 3학년 때 KBS 로 데뷔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 마냥 신기했고 촬영장은 “또 다른 놀이터”였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끼며 “앞으로 이걸 계속 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든 건 그로부터 4년 뒤, 영화 의 욕이 반 쯤 섞인 사투리를 구사하는 초등학생 태기 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면서부터다. “그 때 영화의 재미에 완전 빠졌어요. 누군가는 이게 마약처럼 중독된다고 하더라고요.”

칸 영화제도 “설레는 해외여행”이 되어버리는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다윗│세상 끝까지 크고 싶은 소년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과 칸 영화제 진출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는 신인 이다윗에게 “희귀한 경험”을 안겨준 영화였다. 하지만 가 잊을 수 없는 작품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옆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엄마는 더 이상 촬영장에 없고, 처음으로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감독을 만났다. “제가 배드민턴을 치다가 채를 내려놓고 할머니한테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딱 한 마디 하셨어요. ‘다윗아, ‘재미없어’라는 대사가 재미없어.’ 으하하하. 그 때부터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혼자 흔들흔들 줄타기를 하는 거죠.” 이 연기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영화라면, 는 그 재미 위에 고민 한 덩어리를 얹어준 작품이다. 비록 머리는 지끈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릴지라도, 스스로 깨우친 것은 절대 잊지 못하는 법이다. 물론 줄에서 내려오는 순간, 이다윗은 다시 천방지축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 칸 영화제 진출도 이 소년 앞에서는 “설레는 해외여행”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먼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그냥 좋았어요. 창문 내다보면서 이제 다른 하늘인가? 내려가면 다른 땅이 있나? (웃음) 시사회 끝나고 저녁 먹을 때도 연출부 형 옆에 앉아서 ‘형, 이건 무슨 고기예요? 되게 맛있네요’ 이러면서 놀았어요.”

재밌는 놀이터 위에 화려한 레드카펫이 깔렸지만, 이다윗은 아직 그 위를 걷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앞날은 생각도 안하고 연기만 했거든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팬들이 생길 줄도 몰랐어요. 이제 하나씩 하나씩 느끼고 있어요. 연기를 하는 사람이 배우인데, 배우는 또 연기하는 게 다가 아니구나.” 이다윗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대답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어른도 견디기 힘든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연기자와 귀여운 철부지 고등학생이라는, 이 흥미로운 간극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첫 번째 팬 미팅이 열린다면 더더욱.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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