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몰이와 후크송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도 가요 프로그램에는 매주 신곡들이 등장하고, 차트에서는 새로운 1위가 탄생한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한국 가요를 듣고 따라하는 해외 팬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울거나 반복하지 않고도 지금의 가요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는, 주목해야 할 작곡가들을 소개한다. 좀처럼 하나의 단어로 묶어내기 어려운 이들의 다양성이야말로 지금 가요계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개별적인 곡들을 놓고 보더라도 스윗튠은 철저히 그룹 맞춤의 곡을 쓴다. 카라와 레인보우의 일본 활동 매니지먼트 측이 굳이 스윗튠의 곡을 번안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듣는 사람보다 부르는 사람에 맞춰진 작곡 방식이 오히려 이들의 외연을 넓힌 셈이다. 게다가 스윗튠이 꾸준히 작업해 온 인피니트는 최근 ‘내꺼하자’로 예능의 도움 없이 음악 방송에서 1위를 기록했다. 기타와 베이스를 기반으로 9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들의 호흡은 청자의 연령층마저 확장하고 있다. 동반 성장한 그룹의 퇴보로 동반 몰락을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들의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비스트와 포미닛의 노래들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보컬과 랩 못지 않게 안무를 위한 시간이 배분 되어 있으며, 클라이막스에서는 하나하나의 춤 동작이 각각의 음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신사동 호랭이의 노래는 군무를 보여줄 수 있는 그룹에 보다 특화되어 있으며, 곡 작업과 동시에 무대 구성, 멤버들의 캐릭터, 의상까지 전반적인 콘셉트를 기획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트렌디한 일렉트로니카라는 모호한 범주 안에서 같은 그룹의 곡을 반복적으로 작업하면서 최근 그의 곡들에서는 자기 복제의 위험이 감지된다. 포미닛은 ‘핫이슈’와 ‘뮤직’의 선명하고 뚜렷한 색깔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비스트는 점점 퍼포먼스에 노래가 잠식당하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익숙함이 지루함이 되는 순간, 장점은 단점이 된다. 낯설게 보기가 필요한 시점은 이런 때다.

그래서 아이유의 ‘좋은날’은 장르의 힘을 벗은 이민수의 저력을 확인하기 좋은 곡이다. 달콤하고 아기자기하게 전개되는 이 곡은 조권, 가인의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 아이유, 임슬옹의 ‘잔소리’와 마찬가지로 가창자의 실력을 입증하는 노래로, 아이유의 ‘삼단고음’은 노래만으로 무대에 스펙타클을 부여했다. 그래서 곧 공개될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새 앨범은 ‘이민수 실험실’의 진일보를 보여 줄 중요한 지점이다. 아이유의 대중성과 극단적으로 콘셉츄얼한 써니힐의 ‘미드나잇 서커스’를 오가면서 그가 얻은 답이 궁금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신인 그룹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유사한 분위기를 이어간 ‘한번만 안아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NRG의 ‘할 수 있어’나 UP의 ‘뿌요뿌요’와 같은 90년대 댄스 음악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들은 노골적으로 비트를 강조하며, 단순한 코드에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주요 멜로디가 등장한다. 심지어 ‘반짝반짝’은 나미의 ‘빙글빙글’을 후렴구에 차용하면서 기억되기 쉬운 요소들로 무장했다. 하지만 가사까지 직설적이기 그지없는 화법을 사용함에도 귀여운 소녀들이 부르는 덕분에 촌스럽고 오글거리는 지점은 콘셉트로 이해되고, 이는 특정 취향의 팬 층을 활동 기반으로 흡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그룹의 마니악한 매력을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함인지 걸스데이의 신곡 ‘너 한눈팔지마’는 특유의 다이내믹이 한 풀 꺾인 곡이다. 좀 더 뚝심 있게 밀어 붙이거나 장점을 살린 곡들을 소화 할 수 있는 새로운 그룹을 찾아야 하는 기로가 눈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 히치하이커는 여전히 그의 특기인 일렉트로니카에서 가장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 보아의 ‘Game’은 도입부부터 보아의 목소리에 키를 쥐어 주면서 감정을 발산하는 클라이막스까지 리듬의 긴장을 끌고 가며 그의 특출난 감각을 증명한다. f(x)의 ‘피노키오’를 비롯한 노래들은 일렉트로니카를 팝적인 안목으로 활용, 독특하되 유치하지 않은 경계를 잘 지켜낸다. 아직 히치하이커를 히트 메이커로 명명하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곡은 부르는 사람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한다. 한 단계 성장하는 순간, ‘남다름’이 시작 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글. 윤희성 nin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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