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히트곡을 대부분 작곡 했을 때, 사람들은 스윗튠이 귀여운 소녀풍의 노래만 만드는 사람들 인 줄 알았다. 그러나 레인보우의 ‘A’와 ‘마하’는 이들이 보다 섹시하고 날카로운 사운드를 주조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인피니트의 노래에서 팬덤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취향에 소구할 수 있는 작법을 선보였다. 함께 작업하는 아이돌이 성장하는 것처럼 뚜렷한 성장의 궤적을 보여주는 스윗튠은 그래서 칭찬보다 기대를 하게 되는 창작자다. “귀찮아서 회의는 잘 안하”(김승수)지만 “시작, 하고 각자 멜로디를 쓰면 90% 똑같은 게 나오는”(한재호) 찰떡 호흡의 두 사람을 만났다. “승수가 술 먹는 게 싫은데, 자꾸 먹어서” 생기는 의견 충돌 외에는 마음부터 목표까지 부부처럼 닮아 있는 두 사람의 영업비밀은 아이돌의 팬들에게는 특히나 꿈같은 이야기다.인피니트의 ‘내꺼하자’가 반응이 좋다. 그동안 여자 아이돌에 특화된 작곡가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느낌이다.
김승수 : 인피니트와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못했던 부분인데 이들과 작업을 하면서 개발되었다고 해야 하나.
한재호 : 회사에서 우리를 많이 믿어준 케이스다. 곡이 좀 나빠도 홍보가 잘되면 반응이 그럭저럭 오는데, 그런 효과도 좀 누린 것 같고. 일단 애들이 잠도 안자고 연습을 한다. 그렇게 연습을 해도 견딜 수 있는 건 회사가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지점에서 현장 스태프로서 같이 일하기에 마음이 잘 맞는 편이다.
“대중 작곡가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인피니트의 노래들은 90년대 아이돌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많은데, 노래와 무대에 랩과 노래, 춤까지 보여 줄 수 있는 요소를 두루 충실하게 포함 시켰기 때문인 것 같다.
김승수 : 그런 부분을 신경 쓰기도 하는데, 사실 ‘내꺼하자’ 같은 경우는 사장님이 구체적으로 구성적인 요구를 해 주신 곡이다. 원래 랩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는데, 랩 빼고 싸비 1절에 두 번 돌리고 댄스 브레이크에 스크래치를 넣자는 식으로.
한재호 : 음악을 진짜 좋아하고 음악을 많이 아는 분이라서 얘기할 때 쉽고, 작업할 때 힘들다. (웃음)
회사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 주는 편인가 보다.
한재호 : 그렇게 고치게끔 워낙에 좋은 제안을 해 주신다.
김승수 : 그리고 계속 작업을 하다보면 회사의 취향을 알게 된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작곡가로서 모험을 하거나 음악적인 고집을 부릴 법도 한데.
김승수 : 일단, 그럴 능력이 안 된다. (웃음)
한재호 : 그리고 우리가 항상 배제하는 것이 작곡가의 생각을 가수에게 입히는 거다. 우리는 곡 한번 써서 실험해 봐도 괜찮지만, 회사와 가수에게는 그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회사의 사운, 가수의 인생운을 결정할 수 있는 일인데 우리 같은 대중 작곡가들은 특히 매너리즘이나 나르시시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인피니트의 ‘BTD’는 좀 모험이 아니었나. 전후 노래를 생각 했을 때 상당히 센 콘셉트였다.
한재호 : 콘셉트 자체는 센 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전갈춤이 들어가면서 강해 진 면이 있다.
김승수 : 춤 보면서 우리도 “우와, 이거 뭐야!”하면서 박수 치고. (웃음) ‘BTD’는 스윗튠 팀에 있는 다른 작곡가가 초안을 만든 곡인데 사실 ‘히스테리’와 ‘낫띵스오버’를 두고 고민을 했던 노래다. ‘히스테리’가 ‘다시 돌아와’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긴 한데, ‘BTD’는 조금 다른 팬층을 흡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 시기에 선택된 곡이다.
한재호 : 가이드 녹음을 할 때 내가 “와이- 와이-” 하는 부분을 불러놨는데, 그걸 기본으로 갖고 앞뒤로 붙여서 나온 노래다. 만든 과정은 설명하기 싱거운데, 일단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와이- 와이-” 부분에서 성종의 목소리를 여성 보컬처럼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업할 때부터 파트 배분을 생각하나.
김승수 : 성종이는 실제로 여자 보컬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하는 게 맞다. (웃음) 워낙 미성이고 고음이라서 노래에서 여자가 부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성종이를 투입한다.
한재호 : 우리는 웬만하면 유명한 팀을 만나는 게 아니라 신인과 작업을 하니까 한사람씩 발전하는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 순서대로 파트를 주는 게 있다. ‘내꺼하자’에서는 성종이가 조금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트를 골라 줬고. 그런 방식으로 하면 그 친구만 부각 되는 게 아니라 팀이다 보니까, 어디의 누구라고 알려져서 팬들도 탄력을 받고 그걸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더 알려지는 것 같다.
김승수 : 혼자 열심히 연습을 하거나 해서 올라오는 멤버를 딱 잡아서 비중을 주면 전체적으로 파이팅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결국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한재호 : 거기 자극을 받으니까. 결국은 다 올라오게끔 하는 거다.
“우리 음악에선 정서와 기분이 기본” 전체적으로 그룹의 성장세를 보면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한재호 : 항상 이미 이번 노래가 나올 때는 다음 스텝이 기다리고 있는 식이다. 다음을 만들어 놓은 상태가 아니면 진행을 못한다.
그런 방식의 작업이 가장 잘 드러난 게 카라였다. ‘Rock you’에서 ‘프리티걸’까지 귀엽다가 ‘허니’부터 여성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식으로 점점 성숙시켜 갔다.
김승수 : ‘허니’까지는 연장선이고 그 다음번으로 갈 때 좀 많이 뛰었다.
한재호 : 뒤로 갈수록 섹시한 느낌을 가미해야 했는데, 근본적으로 애들이 ‘워너’를 해도 ‘루팡’을 해도 섹시하기 보다는 귀여운 인상이라서 다행이었다. 우리가 마음대로 곡을 써도 애들이 워낙 친근한 분위기니까 조심할 부분이 줄어들었다고 할까.
다만 섹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래 안에서 캐릭터 플레이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루팡’ 같은 경우에는 춤과 의상까지 협의가 완벽해야 했던 곡인데, 콘셉트를 회사에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편인가.
한재호 : 일단은 제시를 하는데,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김승수 : ‘루팡’ 같은 경우는 듣는 순간 이미 무대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만들 때부터 제목이 ‘루팡’이었고, 모든 것이 한 곳으로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경우에는 스태프들도 회의를 빨리 끝내더라.
한재호 : 그리고 가사나 콘셉트가 붙어서 같이 나오는 곡이 결국 잘된다.
콘셉트에 따라서 확실히 곡뿐만 아니라 가사도 크게 달라진다. 카라와 레인보우의 가사가 차이가 많다.
한재호 : 카라 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쉽게 접근시킬 필요가 있었다. 애들에게 뮤지션의 이미지를 만들어주거나 잘난 척하는 느낌을 주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했다. 실제로도 멤버들이 나이에 비해 순진해서 그런 내용이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대신 레인보우는 좀 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에 가까운 노래로 만들었다. 곡도 가사도 ‘A’와 ‘마하’는 회사에서 우리에게 권한을 많이 줬었다.
레인보우의 노래들은 섹시한 분위기 속에서 남자의 기합소리 같은 효과음들이 다양하게 사용된 점이 흥미로웠다.
김승수 : 아, 기합소리! 너무 좋아해서 안 넣으면 근질근질하다. (웃음)
한재호 : 승수가 그런 효과를 잘 활용하기는 한다. 그런데 사실 다른 작곡가들처럼 우리도 음악적으로 뭔가 멋진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데 특별히 그런 부분에서 할 말이 없다. 단지 우리는 애들이 무대에 있을 때 여기서 훅 치자, 그런 포인트를 생각해서 접근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어쨌든 댄스곡을 불러도 정서나 기분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효과음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승수 : 우리가 음악적인 기초가 별로 없어서. (웃음)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스윗튠의 노래는 기본적인 공식에 굉장히 충실한 편이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뚝심도 있고.
한재호 : 사실 우리가 생각보다 음악을 잘 몰라서, 주위 사람들이 이제 ‘얘는 뭔가…’ 하는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웃음) 그런 건 있겠다. 우리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대중가요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코드가 어떻고, 화성이 어떻고, 그런 걸 듣는 게 아니다. 기쁠 때는 막 신나고, 슬플 때는 위로 받고, 같이 느낄 수 있는 정서와 기분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지키려고 한다.
김승수 : 그러니까 우리만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거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의 취향이 맞닿아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 한다.
“최소한 우리 음악 때문에 욕먹는 상황은 없도록” 그런 대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참고하는 것들도 있나.
김승수 : 그렇지는 않다. 어릴 때부터 듣고 좋아했던 음악을 취미로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라서 학구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한재호 : 오히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되게 많이 보는 편이다. 이런 음악을 들었더니 이런 기분이더라, 하는 걸 캐치하려고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로 정서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음악을 쓴다.
김승수 : 그리고 음악적인 기본기는 우리와 계속 세션을 같이 해 주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웃음)
한재호 : 우리 엔지니어도 음악을 진짜 많이 좋아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옛날 사람처럼 매달 씨디를 엄청나게 사는 사람인데 완전 록 마니아다. 그 친구가 아무래도 우리 사운드의 기본을 많이 책임져 준다.
베이스와 기타 소리가 잘 들어가 있어서 스태프 중 누군가 록 취향일 거라는 생각은 했다.
김승수 : 베이스, 기타는 리얼악기 음을 사용하는데, 그것도 굳이 어떤 설명을 붙이기보다는 그냥 해 보니까 “어! 와아! 좋아!”그렇게 된 거다.
한재호 : 그래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도 웬만하면 기타 세션 불러서 쓰려고 한다. 10년 가까이 사이가 지속되다 보니까 최근에는 아예 세션들도 스윗튠 음악에 대해 같이 연구해 주신다. (웃음) 그리고 록적인 기반을 유지하면 나중에 들어도 촌스러움이 덜하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최신 트렌드 음악이 한참 뒤에 들었을 때 되게 어색하기 쉬운데, 그런 부분에서 정체성을 갖고 가고 싶다. 요즘 들어도 옛날 노래 좋은 곡들 많지 않나.
그런 점에서 트렌드와 멀기 때문에 복고적이라는 평가가 꾸준히 붙는 것 같기도 하다.
김승수 : 우리가 취향이 올드해서, 트렌드를 잡고 싶어도 안 되겠더라.
한재호 : 들을 때는 되게 좋다, 진짜 잘 만든다 싶은데 결국 ‘우리는 다른 거 만들어야지’ 하는 거다. (웃음) 그리고 스스로 곡을 만들 때는 촌스럽다, 촌스럽지 않다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냥 만지고 싶은 소스를 만지고, 넣고 싶은 멜로디를 넣는 식이지. ‘스텝’도 이건 되게 현대적인 최신 트렌드라고 생각 하고 썼는데 카라 안무팀에서 듣더니 “형, 이거 제대로 완전 복고잖아요” 하더라.
김승수 : 우리가 들어서 좋은 게 기준점인데,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짬뽕 마구리? (웃음) 근본이 없는 거다. 장르도 애매하고.
한재호 : 그래서 나중에 곡 설명 써 달라고 할 때가 가장 곤란해. (웃음)
주관적인 확신으로 작업을 하는 성향 때문에 다작을 하지 않는 건가.
한재호 : 다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럴 능력이 되더라도 많이 만들어 놓은 걸 모았다가 한 팀을 위해서 써야 할 것 같다.
곡을 부르는 팀과의 관계가 창작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 같다.
한재호 : 한 번의 이벤트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보니까 주변에서 반짝 잘 되었다가 무너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렇게 되면 보통 사람들보다 살기 힘든 지점이 있는데, 일종의 품위유지비가 필요한 거다.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는데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눈총 받기도 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맡은 부분에서 책임을 져 주지 않으면 우리에게 음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 그러니까 뭐가 있으면 오히려 꿍쳐놓게 된다. 갖다 파는 게 아니고. 그게 우리에게 보험이 되는 거다. 최소한, 우리 음악 때문에 욕먹는 상황은 없도록 해 주자는 거지.
김승수 : 우리가 할 도리인 거다.
작곡가를 넘어서 음악적인 매니저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다. 다른 작곡가들처럼 직접 가수를 매니지먼트 해도 좋을 것 같은데.
한재호 : 사실 전문적인 직업이라는 게, 쉽게 보면 되게 간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디테일과 전문성은 어마어마하게 생각과 다르고, 진짜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죽어다 깨어나도 매니저는 못한다.
김승수 : 못하는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걸 더 잘하자는 거지.
한재호 : 스윗튠은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듀싱 회사인 거고, 잘하는 가수를 만나면 좋은 회사를 소개시켜 드리면 된다. 그런 쪽 말고, 스윗튠 소속 작곡가들이 빨리빨리 곡을 잘 써서 우리 둘과 상관없이 바운더리가 넓어지는 꿈은 꾼다. 다른 장르나 드라마 쪽 일을 하면 좋을 친구들이 회사에 있다.
김승수 : 회사 안에 있는 식구들의 팀웍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예컨대, ‘내꺼하자’도 처음에 작사를 맡은 송수연 씨가 보여 줬을 때 내가 유치하다고 결사반대 했었다. 하지만 쓴 사람이 확신을 갖고 있으면 그 의견을 들어 준다.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누군가 정말 좋다고 확신을 하면 그게 좋을 확률이 높은 거다.
한재호 : 적어도 한 사람은 확신이 있는 거니까. 그러면 실패해도 괜찮은 거고, 다음에 그 사람이 오류를 고치면 되는 거니까.
취미였던 음악으로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김승수 : 재미있으니까.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
한재호 : 그리고 아직도 배우는 게 너무 많다. 음악적인 기초가 부족한데다가 머리가 나쁜지 자꾸 뭘 까먹는데, 그래서 누가 코드나 소스를 가르쳐 주면 그게 너무 신기하고 신난다. (웃음)
김승수 : 우와! 이거 되게 좋아! 그러는 거지. (웃음)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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