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당신을 밀당의 고수로 임명합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72517010700576_1.jpg)
![박정현, 당신을 밀당의 고수로 임명합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72517010700576_2.jpg)
또한 박정현은 많은 사람들에게 R&B 뮤지션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앨범마다 다른 장르를 추구해왔다. 초기에 부른 ‘나의 하루’가 R&B 스타일의 보컬을 선보이며 R&B 보컬리스트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대곡 ‘꿈에’를 선보인 4집 앨범에서 음악적인 폭을 보다 확실히 넓혔고, 자작곡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해왔다. ‘나가수’에 오르기 이전에도 박정현은 단지 뛰어난 가창력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작편곡에도 모두 조예가 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박정현이 ‘첫인상’을 라틴으로 해석하고, 록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소나기’를 부르며,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이브의 경고’ 등 발라드와 댄스까지 넘나들 수 있는 이유다. ‘나가수’는 박정현의 새로운 음악적 역량을 끌어냈다기 보다는, 대중이 몰랐던 박정현의 음악적 깊이를 알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박정현은 ‘나가수’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지지 받기 좋은 입장에 있다. 가창력은 말이 필요없는 수준이고, 옥주현처럼 비호감이 많은 가수도 아니었으며, 이소라나 김건모처럼 논란의 한가운데 서지도 않았다. 게다가 작은 체구에 늘 밝은 표정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인해 ‘나가수’ 팬들에게 ‘귀요미’나 ‘요정’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여러 뮤지션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검승부를 하는 ‘나가수’에서 박정현은 충분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나가수’의 치열한 경쟁과 수많은 논란에서 한 발 떨어져 무대에서나 무대 뒤에서나 시청자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이 박정현과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김태현과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건, 그만큼 그가 이 첨예한 경쟁의 무대에서도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박정현은 임재범처럼 단 번에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나가수’에서 꾸준함을 책임진다. 공교롭게도 박정현이 1등을 한 지난 주 ‘나가수’는 코너 전국시청률 17.6%(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반등했고, ‘나 가거든’은 ‘나가수’ 음원 중 오랫만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래서, 박정현은 지금 ‘나가수’의 현재를 보여주는 가수다. 수많은 이슈와 논란이 지난 지금, ‘나가수’는 대중의 꾸준한 반응을 얻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현은 어떤 이슈 없이 노래와 캐릭터가 가진 힘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건 마치 관객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는 무대 밖에서는 긴장된 분위기의 ‘나가수’ 안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무대 안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라틴 댄스를 추거나,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팽팽한 경쟁으로 가득한 ‘나가수’에서 박정현은 마치 밀당하듯 관객을 풀었다 다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공연이든 초반은 가수의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박정현은 ‘나가수’에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사진제공. MBC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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